지인이의 시 : 인생논문
박사 학위 논문보다 더 값진
인생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백 세쯤 되어야 마침표를 찍으려나,
죽어야 끝이 나는 이 고단한 기록의 평가는
지옥의 염라대왕이 할까요,
천국의 옥황상제나 하느님, 부처님이 하실까요.
그때 내 인생 논문의 끝자락에
이런 심사평 하나 받고 싶습니다.
"참 잘 살았노라. 참으로 애썼다.
너만큼 버텨내기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장하다, 정말 잘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같은 현실과
살갗을 베는 매몰찬 바람 소리 앞에서
"인생 참 엿같네!"라고
목청껏 욕이라도 해보고 싶은 날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그 간절한 외침만큼이나
나의 침묵은 깊고 갑갑했습니다.
유구무언의 세월이었으나
세상살이 아무리 힘겨워도
'혹시나' 하는 희망 한 자락 붙들고
오늘도 나는 이 논문을 이어갑니다.
살아보자고,
어떻게든 끝까지 써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