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재밌는데 같이 볼래? 나눔의 즐거움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정덕현

by 만민언니

하루 일과가 끝난 늦은 저녁 시간. 책상에 앉아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남편이 방으로 후다닥 들어오며 “와~이거 봐봐” 하며 스마트폰을 들이밉니다. 화면 속에는 기막힌 가창력을 뽐내는 사람부터 초간단 맛있는 음식 레시피, 영화나 드라마 속 명장면까지 흥미로운 쇼츠들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한두 개 보여주고 다시 자리를 뜨지만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이거 봐라! 이거 봐라!”하며 호들갑을 떨며 스마트폰을 얼굴에 들이미는 남편.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고, 흥미가 없다는 듯 대충 얼버무리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저도 함께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영상을 보며 킥킥거리는 때가 많습니다. 재밌다 싶은 것은 늘 저와 함께 보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이 더해진 저희 집 저녁 풍경이랄까요. 저희처럼 내려도 내려도 끝없이 재생되는 쇼츠들을 보다가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린 기억 있지 않으신가요?

이번 달은 넘겨도 넘겨도 쇼츠처럼 재밌는 책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정덕현 작가의『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인데요,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 이 책의 제목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의 대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눈물의 여왕」, 「오징어게임」뿐 아니라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40여 편의 드라마 속 명대사들이 등장합니다. 아무 쪽이나 펼쳐도 평소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의 대사들이 펼쳐지니 쇼츠를 보듯 지루하지 않은 것인데요.

작가는 그 대사에 자신의 사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엮어 드라마 속 명대사를 일상 속 깨달음으로 바꾸어 줍니다. 이 책이 지친 하루에 잠시 숨 쉴 곁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가 되길, 주변에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모두가 해피엔딩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좋지만 살다 보면 또 고비가 올 거 아니야. 그럼 그 달콤했던 기억들을 유리병에서 사탕 꺼내 먹는 것처럼 하나씩 까먹으면서 힘들고 쓴 시간을 견디는 거지.” 「눈물의 여왕」

“가져, 자네 거야. 우리는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네 거 내 거 없는 거야.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오징어 게임」

달콤했던 기억으로 힘들고 쓴 시간을 견딜 수 있다면 저는 책을 소개하는 지금 뿐 아니라 사소한 즐거운 기억까지 유리병 가득 꽉꽉 담아놓고 싶습니다. 모두의 깐부가 되어서 그 좋은 기억을 하나, 둘 나누다 보면 언젠가 다 함께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기억에 남았던 대사나 내 이야기 같은 장면들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한쪽 한쪽 책을 넘길 때마다 잊은 줄 알았던 장면들이 아른거리고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 추억에 젖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이 주는 기쁨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드라마를 보고 울고 웃은 기억이 있고, 좋아했던 드라마 속 명대사도 한 두 개쯤은 외우고 있으실 텐데요. 저도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드라마이지만 재미있게 봤던 「SKY 캐슬」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저라면 지금 이런 대사를 외쳤을 것 같네요.


“독자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 책은 읽으셔야 합니다!.”

오늘 저녁은 남편이 쇼츠로 즐거움을 나눠준 데 대한 보답으로『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를 들이밀며 “와~ 이거 봐봐” 하며 저의 즐거움을 나눠 보려 합니다. 기쁨도 즐거움도 나눌수록 풍요로워지는 법이니까요.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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