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모드』랜스 울러버, 모드 루이스
같은 색이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리 보여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아도 내 마음이 행복하면 하늘도 밝고, 내 마음이 우울하면 하늘도 어두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초록색을 좋아해서 우울할 때도 초록색을 보면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데요. 황금빛으로 변해 가는 논,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 높고 파란 하늘까지 다양한 색이 흩어진 이 가을 독자님을 행복하게 하는 색은 어떤 색인가요?
이번 달 소개해 드릴 책은 색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알록달록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을 잔뜩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캐나다의 국민 화가 '모드 루이스'의 일생을 기록한『내 사랑 모드』를 함께 펼쳐볼까요?
모드는 캐나다의 노바스코샤라는 시골에서 턱과 손, 등이 굽는 선천적인 기형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어머니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우며, 어린 시절은 행복하고 따뜻한 집안에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오빠에게 버림받은 모드는 ‘함께 살거나 집안일을 해 줄 여성을 찾는다’는 가정부 모집이나 다름없는 광고를 보고 그 집에 찾아갈 결심을 합니다. 광고를 붙인 사람은 가난하고 괴팍한 생선장수 ‘에버릿 루이스’로, 모드는 그와 결혼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모드의 삶이 행복보다는 불행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에버릿과 결혼 후 모드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3평 남짓한 작은 오두막집에 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류머티즘으로 감자처럼 둥글게 굽어버린 손가락은 붓을 잡기도 힘들었고, 외출이나 거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모드의 그림은 작고 단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풍경 사진, 그리고 계절이 바뀌는 창밖 풍경과 꽃과 나비가 모드의 그림 주제였습니다. 버려진 페인트를 이용해 작은 엽서 크기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점차 나무판자, 벽과 창문, 냄비, 쓰레받기, 케이크상자 등 집안의 평평한 것 모두를 채웠고, 이내 오두막집 전체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빼곡해집니다.
모드는 계절에 상관없이 그림 속에 꽃을 그려 넣었습니다. 색채 사용에 재능이 있던 모드는 색을 섞지 않고 원색 그대로 사용했는데, 손에 닿는 색이면 남색이나 검은색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모드가 살던 캐나다의 노바스코샤도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는데요. 나무들이 초록색에서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으로 변화하는 가을에는 모드도 더욱 즐겁게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특히 눈 덮인 풍경 속의 가을 단풍이나, 다리가 세 개뿐인 속눈썹이 긴 소 등 모드의 상상 속에서 펼쳐진 천진난만한 풍경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색채와 장면 속의 미묘한 모순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그들의 삶을 밝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
모드의 그림 어디에도 가난이나 신체의 고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두막 바깥의 사람들은 모드를 아프고 가난하고 불쌍한 노파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모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편견이라는 껍질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페인트와 보드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고, 원하는 것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모드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더없이 밝고 선명한 그림을 그리며, 슬픔보다는 기쁨을, 걱정보다는 추억을, 절망보다는 희망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마음을 행복과 불행 어디에 둘지는 우리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것을, 모드의 삶을 보며 배웁니다.
『내 사랑 모드』 책을 펼치면 모드의 인생과 사랑이 담긴 그림 70여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떤 아픔의 순간에도 행복을 놓지 않았던 루이스 모드의 그림을 보며 여러분도 이 가을 우리도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