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시죠?

『눈부신 안부』백수린

by 만민언니


내 나이 마흔, 기자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대학 시절 친구도 연인도 아닌 묘한 감정만 남기고 연락을 끊었던 우재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연보호를 해야 한다며 폐식용유로 만든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으며 환경운동가를 꿈꾸던 언니는 가스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언니를 보내고 부모님은 별거를 선택했고 아빠를 부산에 남겨둔 채 엄마와 나, 동생은 이모가 있는 독일로 떠났다. 이모는 파독간호사였는데 지금은 의사가 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독일에서 나는 외톨이였지만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어 독일 생활이 아무 문제없는 척 거짓말을 했고, 아빠에게는 엄마가 아빠를 그리워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의 거짓말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생각했고 그것이 가족을 배려하는 것이라 여겼다.

엄마와 달리 이모는 나의 거짓말을 빨리 눈치챘지만 나를 다그치는 대신 오히려 따뜻하게 대해줬다. 이모가 소개해 준 파독간호사였던 말숙이모의 딸 레나와 친해지면서 독일 생활은 점점 안락해졌다.

어느 날 레나는 같은 파독간호사였던 선자이모의 아들 한수를 내게 소개해주었고 한수는 뇌종양에 걸린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며 한국어로 쓰인 선자이모의 일기장을 내밀며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 셋은 다른 파독간호사 이모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자이모의 첫사랑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백수린 작가의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는 주인공 해미가 중학교 시절 독일에서 3년간 살면서 친구들과 함께 선자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여정의 시작은 해미가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는데요.

나에게는 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더 이상 없는데 한수에게는 남아있다는 사실에 불쑥 화가 났다.

화는 났지만 해미는 기꺼이 한수를 도웁니다. 소용없는 짓인 줄 알지만 이방인으로 살아온 선자이모가 첫사랑을 만나면 행복할 것이란 바보 같은 한수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기억이 우재를 재회하며 다시금 깨어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선자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만나게 된 이들의 삶과 고충도 알게 되죠. 그 과정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건네는 다정한 안부와 따뜻한 배려로 해미는 비로소 용기를 얻게 됩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이 네가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이란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이제 그걸로는 모자란 것 같아.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이나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배려의 방식도 다양합니다. 타인이 보낸 배려가 나에게 조금 부족한 배려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눈부신 안부』에서처럼 외롭고 힘든 누군가를 위해 안부를 묻는다면 그 진심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묻는 안부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사랑과 관심으로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안녕하시죠? 저의 따뜻한 안부가 그곳까지 닿길 바랍니다.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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