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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hee Nov 03. 2021

[독중록]지적자본론

디자이너의 조각낸 북리뷰 ㅣ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독중록의 시작.

독서는 꽤 자주 하는 것 같은데, 머릿속에 남는 것이 크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 속 어딘가에 남겨지기야 하겠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이 없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독서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에 쉽게 질리는 타입이기 때문에.. 책도 완독 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책을 다 읽고 감상을 쓰다가는 1년에 한 번도 기록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완독에 대한 부담 없이 독서 중간중간마다 기록을 하는 '독중록'을 고안해냈다.


이번 기록에 해당되는 책의 범위이다.




'지적자본론'을 만난 계기.

나는 현재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는데, 특히 브랜드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6개월 전쯤? 유튜브 알고리즘이 'MoTV'의 컨텐츠를 추천해주었고, 그 이후부터 모빌스그룹의 팬=모쨍이가 되었다. 거의 모든 영상을 시청했는데, 한 영상에서 모춘님이 '지적자본론'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그때 모춘님과 같은 브랜드디자인 전문가(팬이에요 모춘님)가 언급한 책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궁금하여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모빌스 그룹의 대표 프로젝트인 노동절 워크숍에 관련된 영상을 소개하며, 책에 대한 기록을 시작한다.

https://youtu.be/9Qb4AVhyWH0

MoTV는 신생 브랜드의 초기부터 성장까지의 과정을 모두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채널이다




https://www.ccc.co.jp/ideas/public-service/?sid=p_200_001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일본의 TSUTAYA 서점의 설립자이자, CCC의 시장 겸 최고 경영자이다. 



기.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 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니? 디자이너인 나에겐 무척 설레는 말이었다. 

마스다씨는 기획의 가치는 고객가치를 높이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객가치는 '제안 능력'을 통해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제안하는 것은 곧 디자인이기 때문에, 결국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로 실무를 하게 되면서, 대학생 시절보다도 제안을 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대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은 기획자의 역할이고, 디자이너가 쉽게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할 수야 있겠지만 제안을 위해 결심하고, 과정의 험난함을 극복할 만큼의 의지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2년 정도가 지나니 그때부터 마스다씨가 말하는 '제안'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증의 해소를 위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독중록이라는 북리뷰이다. 나와 같이 짬짬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내가 읽었던 책의 조각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특히나 디자이너라면, 책을 읽고 든 생각이 비슷해 공감하거나, 혹은 색다른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짬 내어 책을 읽는 바쁜 현대인에게 '제안'을 해보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독중록 이외에도 사부작 거리며 세상에 작은 제안들을 해나갈 생각이다.




승.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서드 스테이지에서 세워야 할 기획의 내용은 플랫폼을 개혁하는 것이다.

마스다씨는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장소가 서드 스테이지라고 말한다. 상품은 기능만 충족하면 되었던 퍼스트 스테이지, '디자인은 부가가치'라고 생각되던 세컨드 스테이지를 넘어 앞서 말한 '제안' 능력이 필요한 서드 스테이지가 도래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플랫폼이 남아도는 서드 스테이지에서의 기획의 방향은 플랫폼을 개혁하는 것(Platform Innovation)이라고 말한다. 


그 예시로 CCC의 츠타야 서점의 이노베이션에 대해 다룬다. 그는 서적의 가치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의 풍부한 제안이기 때문에 서적에 쓰여있는 '제안'을 판매하기로 한다. 즉,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한 것이다.


내가 이 내용을 보고 익숙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이러한 형태의 서점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츠타야 서점의 이러한 혁신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실제로 내가 영감을 얻거나 약속시간이 붕 뜰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을지로입구역 안에 있는 '아크앤북'이었다. 본가가 경기도권이다 보니 을지로입구 역이 버스 하차지점이라 시간을 때우러 자주 들렀던 곳이었다. 처음 느꼈던 이곳의 분위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반 서점과 다르게 '일상', '주말', '스타일', '영감'과 같은 주제로 책들이 분류되어 있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소품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자극이 넘쳐났다. 지금은 아쉽게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청점은 폐점을 했다지만, 다른 곳에 새롭게 오픈한 곳이 많아졌으니 우연히 '아크앤북'을 만난다면 한국의 츠타야 서점을 지나치지 않길 바란다.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1/79510



인사이더에게는 이노베이션이 발생하기 어렵다.

마스다씨는 이전까지 나름대로 매장을 경험해 온 경력자=인사이더일수록 "굳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회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워 이노베이션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니 아웃사이더의 관점으로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츠타야 서점은 이러한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가지고 가나다순의 배치가 아닌 책 속의 제안 내용으로 서점의 구역을 재구성해 냈다.


이 내용을 읽기 몇 주 전에 본부장님과 나, 그리고 신규 경력 입사자 분과의 식사자리가 있었다. 본부장님은 신규 입사자분께 "회사에 익숙해지지 마세요(웃음)"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이유인즉슨, 우리 본부가 급속도로 확장해 보완할 점이 많은 상태이니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일을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 모두에게 공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나 또한 2년이 흘러가니 '이 업무는 원래 이렇게 처리해요', '비효율인 것은 알지만 그게 절차라서요'라는 말을 신규 입사자 분들께 꽤 했던 것 같다. (반성..) 


현재 시점은 인사이더로 소위 고인물이 될 것인지, 아직 내재되어 있는 아웃사이더의 관점으로 새로고침 할 것인지의 기로에 선 것 같다. 아무리 대기업의 고도의 분업화가 가로막을지라도(?) 아웃사이더들의 관점이 모이면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고여가는 회사원의 본능을 새로고침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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