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기
뭐가 그렇게 슬프니?
슬픈 거야? 감동적인 거야? 두려운 거야?
복잡한 감정에 새벽 4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잠에서 깬다.
자면서 생각에 잠긴 걸까 꿈을 꾼 것일까
의원면직을 한 후 아프면 어쩌지?
정교사 공무원 생활의 좋은 점을 뽑으라면
내가 아플 때 질병휴직을 하게 되면 월급의 70%였나? 암튼 그 정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아플 때 돈도 못 벌고 있으면 병원비 걱정에 치료는 받을 수 있을까?
월급이 나온다니 그건 참 든든한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시기라 매일이 감기였다.
코로나도 친구처럼 찾아오고 목감기에 가래는 달고 살고 일 년의 반은 아픈 것 같다.
나약해져 있는 상태라 의원면직하는 순간 참고 참았던 버티고 버텼던 건강의 악화가 갑작스럽게 찾아올까 하는 두려움이 자다가 닥쳐온 것이다.
눈을 뜨고 거실로 나와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눈을 돌렸다.
빨리 뛰는 심장 덕분에 잠은 달아난 것 같고 그 이후 불안은 더욱 커졌으니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 위로받자로 행동을 옮겼다.
걱정은 사라지지 않고 면직을 취소할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머뭇거리고 헷갈린 행동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그분에게 일의 고통을 안겨주게 된 걸까?
내가 못된 걸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에 사로 잡힌다.
불안과 고민으로 시간을 가득 채워 아침을 맞이했다.
10시 반쯤 아이와 교회를 향했다.
찬송가를 부르는 순간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감정의 변화를 모르겠다. 슬픈 건지 불안한 건지 감동적인 건지 모를 눈물이 계속 흐른다.
흐느끼느라 기도에 집중하지도 못한다.
누가 보면 사연 있는 여자라 생각하겠다 싶을 정도로 흐느꼈다.
가까스로 눈물을 멈추고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족족 나의 상황과 어떻게 해서든 연결시킨다.
그래 의원면직을 취소하는 것은 타인을 괴롭히는 일이다. 한 번 결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나의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고민과 갈등이 더 큰 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설교말씀의 주제는 관계였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의원면직을 대입시켰다.
누가 보면 관계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관계가 원활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울일인가?
예배에 참석하여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면 언제나 눈물이 앞을 가리기는 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궁금했지만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냥 눈물을 참을 뿐이었다.
의원면직 서류를 진짜로 제출하고 난 후 나의 나약함을 알았다.
상상 속의 괜찮으리라는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그만두는 거라 불안하긴 했지만 무덤덤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직접 제출하고 난 후 잠을 못 이루고 취소하고자 하는 마음이 50%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 많이 불안하네 싶다.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위로를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 예배를 위한 자리에 앉으면 차분한 찬송가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을 건드리며 꾹꾹 누르며 숨겨왔던 것들을 끌어냈다.
그 감정들은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이래야 한다는 조정 아래 존재하는 것 같다.
남을 200% 의식하고 내가 편한 것보다는 남들에게 조금의 허점도 보이지 않겠다는 노력이 과하다.
감정에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타인을 의식함으로써 나를 갉아먹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기롭게 제출했던 의원면직을 취소하고자 하면 그렇게 하면 좋겠다.
내 마음에 조금만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러려고 의원면직을 신청하는 것이니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주고 싶어 그런 것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내일의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오늘의 나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일은 내일 생각하는 것이지 미리 걱정하고 미리 해결할 수가 없다.
내일일을 나는 모르기 때문에
오늘을 열정적으로 살면 내일도 열정적인 하루가 시작될 것이고 모든 흐름이 열정적으로 즐거움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것만 생각하자.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혀 흔들리지 말자.
나의 극복기를 응원한다.
일곱 살의 딸은 오늘 이 순간을 명확히 보고 답변을 하고 표현하기에 도움을 얻고자 물었다.
엄마가 고민이 많아. 직장을 이제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해보려고 해.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두려워. 그래서 고민이야.
"엄마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엄마가 뭘 하든 잘 될 거야. 엄마는 복덩이니까"
남편에게 새벽의 쿵쾅대던 심장의 불안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조언해 준다.
"엄마 내일의 건강한 나를 생각해야지 아플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 건강하게 잘 산다 생각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