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새옹지마
퇴근 후 집에 들어가 놀기 시작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으며 받은 호두과자를 저녁밥으로 때우겠다 생각하니 저녁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앙버터가 들어간 호두과자를 먹어본 록복이는 버터가 들어있던 것을 기억해 내며 먹고 싶다고 한다.
“엄마가 만들어 줄 수 있어. 잠깐만 기다려봐”
냉동실에 버터가 있어 먹기 좋은 크기로 대충 잘랐다. 호두과자 중앙에 넣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너도 그렇게 먹으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차가운 버터가 마치 아이스크림 같았고 호두과자 속 팥의 단맛과 어우러져 사르르 녹았다. 록복이는 버터의 차가운 느낌이 좋아 버터만 빨아먹더니 맛이 없다며
“ 엄마 침 댔는데 그만 먹고 싶어”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어도 된다고 얘기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빠 주면 돼”
(실제로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버터 넣어먹어라며 줬음. 글을 쓰며 미안한 마음에 만나면 얘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함. 숨기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저녁시간은 바쁘기에 흘러가기에 여유가 없어 까먹었을 뿐이라며 핑계를 대봄. ==> 말해주니 귀신같이 알고 안 먹었다고 함. 크크큭)
록복이가 맛없다 한 이유는 무염버터였다. 차가운 기름 먹는 맛이었을게다.
맛있게 호두과자를 냠냠 먹고 20시까지 자유롭게
놀기로 했다. 신이 났다. 호두과자덕에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이 두 시간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누가 얘기했던가.
계단으로 올라가던 중 마루가 젖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로로 인해 계단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 것 같다. 요 며칠 기온이 뚝 떨어져서일까. 눈이 잠깐 왔었지만 그걸로 지붕이 뚫린 것은 아닐 텐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 늘어났다. 어려움은 몰아 온다고 했었나? 이층 방의 샷시는 복층유리습기로 인해 중간 유리에서 얼음이 얼었다. 대기업 샷시는 이럴 경우 as기간이 5년인데 중소기업 샷시는 as 기준이 없어 무조건 1년이라고 한다. 우리 집 창은 2년 5개월 사용했다. 보통 샷시는 10년 이상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층방 창이 22년 12월엔 오른쪽이 23년 12월엔 왼쪽이 말썽이다.
이럴 땐 합리적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지붕에선 물이 떨어지고 창은 얼음이 생기고.
그렇지만 난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툴툴 털어버린다.
호두과자가 준 행복을 생각하며. 크크큭. 주택이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