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을 통해 보는, 야망과 욕망

잤는가, 자지 않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안녕하세요. 반디심리연구소 형아쌤입니다.

오늘 볼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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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The Senior Class, 2016>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예측 가능한 흐름과 진행입니다. 차이는 B급 감성을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냈다는 점?)

몰입도 : ★★★☆☆
(뻔하고 재미까지 없으면 안 되죠. 영화는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있습니다.)

메시지 : ★★★★☆
(메시지는 직접적이고 강렬합니다. 여운도 강하게 남아요.)

심리 : ★★★★☆
(인물들 각자가 나름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딘가 모르게 오염되어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소 무너진 청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 : ★★★☆☆
(그들에게 졸업이란 어떤 걸까요. 무엇의 시작인가요? 무엇의 끝인가요?)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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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최고 모범생이자 퀸카 ‘주희’가 텐프로 구설수에 오르고 내 청춘이 박살 났다.왜 하필 내 첫사랑이 너야…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순수미술 전공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주희(강진아)’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외모를 겸비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웹툰 작가 지망생인 같은 학과 동기 ‘정우(이주승)’는 얼음공주로 소문난 ‘주희’를 좋아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갈 수조차 없다.

그러던 중 ‘정우’는 낮에는 대학생으로, 밤에는 텐프로로 이중생활을 하는 ‘주희’의 은밀한 비밀을 알게 되고,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넘치는 돈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원하는 ‘주희’를 ‘정우’가 물심양면 돕게 되는 것.
하지만 ‘정우’의 절친인 ‘동화(정영기)’도 ‘주희’가 텐프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교내에 ‘주희’에 관한 온갖 구설수와 엑스파일이 퍼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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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그러나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졸업반 시작합니다.



1. 동화 한 스푼, 나만 쓰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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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에서 갈등과 위기를 만드는 인물이 동화입니다. 비전도 의욕도 열정도 없는 졸업반 동화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주는 재치 있는 입담과 꼴 사나운 껄렁댐을 바탕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당장에 하고싶은대로 하는 동화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와도 같죠. 남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 이득되는 방향으로 얘기를 하기에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짜증이 납니다. 쟤는 도대체 왜 저래? 하면서 말이죠. 게다가 남자들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선 의리를 무기로 압박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불리해졌을 때는 발을 빼는 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면서 사물화하는 점, 그러면서도 여성과의 성적 관계를 자신의 우월감의 증거로 쓰는 점, 말 끝마다 욕설과 음담패설을 달고 다니는 점, 군대와 나이를 무기로 있어보이는 척 하는 점 등을 대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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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캐릭터가 짜증나고 거부감이 들면서도 굉장히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있는 모습들을 집대성한 인물이거든요. 그러나 거짓말을 일삼고 다니는 동화야말로 본 작품에서 가장 솔직합니다. 그는 적어도 감정에 있어서 꾸밈이 없습니다. 그는 '단순'합니다.



2. 주희 한 스푼, 전장에서 묻힌 피는 고결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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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야심가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확실하고 좋아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실력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걸림돌이 되는 건 사회가 만들어놓은 커리큘럼과 조건들입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건 돈입니다.
그녀는 굳건한 신념을 바탕으로 행동합니다. 미로를 보면 언젠가는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되지만, 막혀있는 길을 하나하나 지우다보면 목표 지점까지 가는 단 하나의 길이 보인다고하는 장면을 통해 주희의 행동 양식을 설명해줍니다. 이 설명은 매우 적절하죠.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주희는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근무합니다. 주희는 자신이 예쁘고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적극 이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흥업소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성을 거래하는 일도 서슴없이 합니다. 유흥업소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애써 '대학 사람들이 아무리 욕한다고 해도 어차피 내 과정 중에 스치는 사람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덤덤합니다. 그녀가 흔들리는 건 자신의 신념이 위기에 빠진 순간(퇴학을 당할 수 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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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차갑습니다.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상당히 야욕을 가진 인물이에요. 주희를 보고 있노라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한테 다들 왜 그렇게 잔인해? 라고 물을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의 꿈을 위해 너무 주변을 이용만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을 수도 있겠네요.
주희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목표를 이루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상을 이루기 위해 과정은 아무래도 좋은가? 라고요.

주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그 목표를 위해 주희는 감정을 죽였습니다. 자신의 인격과 존엄성을 버렸죠. 어차피 나중에 성공하면 되니까요. 그런 그녀를 보며 여러분은 공감했나요? 아니면 불쾌함을 느꼈나요?



3. 정우 한 스푼, 그런 너라서 사랑해? 나를 사랑하는 거야? '그런'을 사랑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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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겉으로 보기에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주희를 보며 느끼는 떨리는 마음을 웹툰으로 승화시켜 그리고 있죠. 하지만 그의 마음과 그녀의 마음은 모양이 다르기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순수하고 깨끗하고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정우는 주희의 비밀을 알기 시작하며 매우 기뻐합니다. 지금껏 다가갈 수 없었던 신성한 그녀와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정우가 주희에게 느끼는 감정은 동경입니다. 신성하고 고결하여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고고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정우는 주희에게 말합니다. "난 네가 돈이 많을 지 알았어." 당연히 그렇겠죠. 주희는 완벽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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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도 아픔이 있구나. 그리고 그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가 나밖에 없구나 라고 느끼며 정우는 자기 자신 역시 특별해졌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것은 동화에 의해 깨지게 되죠. 자신의 천사였던 주희는 아무렇지 않게 동화와 성관계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든 지켜주려 동분서주 뛰고 있는 자신에게 주희는 또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죠. 정우는 주희가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하지 않고 있음에 분노합니다. 이용 당하고 있구나. 느끼며 정우는 주희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거짓 정보를 흘립니다. 그로 인해 주희는 더더욱 무너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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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사랑했던 건 주희 자체일까요? 주희를 통해 자신이 그렸던 고고함일까요? 정우의 모습은 조건부적인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정우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일관된 모습이었고 상황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했을 뿐입니다.



4. 졸업반 한 스푼, 무엇이 진실이건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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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가 실제로 동화와 잤는가? 자지 않았는가?
주희가 실제로 교수와 잤는가? 자지 않았는가?
주희가 졸업을 했는가? 하지 못 했는가?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우의 미로에서 주희는 장애물이 되었고, 검게 지워졌다는 점이겠죠. 지나치게 솔직한 허세꾼과 출세하려는 처절한 야망가와 자신이 지고지순한 줄 아는 찌질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대답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답을 내리고 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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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짙게 남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볼 여지가 있는 작품. 찝찝하지만 짙은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오늘은 졸업반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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