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대함으로(44화)

넉넉한 품

by 씨킴


그 위대함으로



자연은 그 위대함으로

대지 위에 넉넉히 비를 뿌린다.

있는 그대로의 넉넉함으로

지상에 너그러이 햇빛도 내린다.


인간은 자연이 아름답다 말하지,

예전에 아름다웠을 거라 말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예전이 더 아름다웠을 거라 말하는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자연은 그 위대함으로

있는 그대로의 넉넉함으로......


대자연을 보라!

인간이 악하지 않고, 그 천성이

선하지 않은 것을 어찌 품을 수 있겠느냐?















[넉넉한 품]


​지수는 낡은 카메라 가방을 메고 가파른 능선을 올랐다. 도심에서의 삶은 늘 '비교'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예전이 좋았지", "그때가 더 아름다웠어"라며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거나, 현재의 초라함을 탓하곤 했다. 지수 역시 그 질척이는 회한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도망치듯 산을 찾았다.

​정상에 서자, 눈앞으로 광활한 원시림이 펼쳐졌다.

​방금 전까지 쏟아지던 소나기는 대지를 넉넉히 적셨고, 구름 사이로 터져 나온 햇빛은 지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쏟아졌다. 비는 누구를 가려 뿌리지 않았고, 햇빛은 누구를 골라 비추지 않았다. 대자연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위대함으로 제 몫의 온기와 습기를 내어주고 있었다.

​지수는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참 아름답다."


​문득 산 아래에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개발되기 전의 산이 더 아름다웠을 거라 말하고, 훼손되기 전의 숲이 더 울창했을 거라며 혀를 찼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산은 그런 인간의 품평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듯 당당했다. 자연은 어제를 그리워하거나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넉넉함으로 존재할 뿐이다.


"어찌 이 모든 것을 다 품으십니까."


​지수는 산맥의 웅장한 곡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인간의 마음은 좁디좁아 타인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악함에 괴로워하며, 때로는 가식적인 선함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은 달랐다. 인간이 본래 악하든 선하든, 그들이 어떤 상처를 지녔든 상관없이 그저 넓은 품을 벌려 그들을 걷게 하고, 숨 쉬게 했다.

​인간의 천성이 선하지 않다 해도, 이토록 거대한 대자연이 우리를 품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구원이었다.

​지수는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렌즈에 담는 것조차 자연의 위대함을 조각내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대신, 자연이 내리는 너그러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과거의 영광도, 미래의 불안도 없는 곳. 오직 '지금'이라는 위대한 계절만이 흐르는 숲에서 지수는 비로소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지가 비를 머금듯, 그녀의 마음에도 넉넉한 평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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