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苦海)(43화)

수평선의 소멸

by 씨킴


고해(苦海)



삶은 유한하나 항해처럼 길고

죽음은 무한하나 난파처럼 짧다.

내가 늙고 추해지는 만큼이나

세상은 갈수록 젊고 아름답다.















[수평선의 소멸]


​노인 ‘요한’은 낡은 어선의 갑판 위에서 밧줄을 사리고 있었다. 소금기에 전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검버섯이 파도처럼 번져 있었다. 그에게 삶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항해와 같았다. 폭풍우를 견디고, 배고픔을 달래며, 수평선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노를 저어온 지 수십 년이었다.


​"삶은 유한하나 항해처럼 길고..."


​그는 삐걱거리는 무릎을 펴며 중얼거렸다. 육지는 멀었고, 바다는 여전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젊은 시절, 그는 죽음이 거대한 암벽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안다. 죽음은 그저 낡은 목재가 비명을 지르며 쪼개지는 찰나, 즉 난파처럼 짧은 순간일 뿐이라는 것을. 그 짧은 추락 뒤에는 영원한 침묵의 무한함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때,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최신식 크루즈 한 척이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흰 선체는 태양빛을 받아 눈이 부시게 빛났고, 갑판 위에서는 젊은 남녀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그들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그들이 입은 옷은 바다의 푸른색보다 선명했다.

​요한은 자신의 굽은 등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늙고 추해질수록, 자신이 버티어 온 이 세상은 기이할 정도로 더 활기를 띠었다. 기술은 발전하고, 도시는 휘황찬란해지며, 자연은 인간의 손길 아래 더욱 정교하게 가꾸어졌다.


​"내가 늙고 추해지는 만큼이나, 세상은 갈수록 젊고 아름답구나."


​그는 질투 대신 기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낡은 배는 곧 가라앉겠지만, 저 찬란한 바다는 내일도 누군가의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다. 그는 낡은 키를 잡았다. 마지막 난파가 찾아오기 전까지, 이 지루하고도 장엄한 항해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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