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의 소멸
고해(苦海)
삶은 유한하나 항해처럼 길고
죽음은 무한하나 난파처럼 짧다.
내가 늙고 추해지는 만큼이나
세상은 갈수록 젊고 아름답다.
[수평선의 소멸]
노인 ‘요한’은 낡은 어선의 갑판 위에서 밧줄을 사리고 있었다. 소금기에 전 손등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검버섯이 파도처럼 번져 있었다. 그에게 삶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항해와 같았다. 폭풍우를 견디고, 배고픔을 달래며, 수평선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노를 저어온 지 수십 년이었다.
"삶은 유한하나 항해처럼 길고..."
그는 삐걱거리는 무릎을 펴며 중얼거렸다. 육지는 멀었고, 바다는 여전히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젊은 시절, 그는 죽음이 거대한 암벽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안다. 죽음은 그저 낡은 목재가 비명을 지르며 쪼개지는 찰나, 즉 난파처럼 짧은 순간일 뿐이라는 것을. 그 짧은 추락 뒤에는 영원한 침묵의 무한함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때,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최신식 크루즈 한 척이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흰 선체는 태양빛을 받아 눈이 부시게 빛났고, 갑판 위에서는 젊은 남녀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그들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그들이 입은 옷은 바다의 푸른색보다 선명했다.
요한은 자신의 굽은 등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늙고 추해질수록, 자신이 버티어 온 이 세상은 기이할 정도로 더 활기를 띠었다. 기술은 발전하고, 도시는 휘황찬란해지며, 자연은 인간의 손길 아래 더욱 정교하게 가꾸어졌다.
"내가 늙고 추해지는 만큼이나, 세상은 갈수록 젊고 아름답구나."
그는 질투 대신 기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낡은 배는 곧 가라앉겠지만, 저 찬란한 바다는 내일도 누군가의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다. 그는 낡은 키를 잡았다. 마지막 난파가 찾아오기 전까지, 이 지루하고도 장엄한 항해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