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_정인경 저_여문책에서 찾은 문장들...
이 책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사실과 가치는 연결되어 있다! 나는 처음 뇌과학 책에서 이것을 깨닫는 순간, 진정 기뻤다. 객관성, 보편성, 가치중립성이라는 이론의 과학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과학은 객관적, 가치중립적이라는 이유로 칭송받지만 또 그것 때문에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중략)
과학은 도구이기 이전에 실재하는 세계를 설명하는 '앎'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가치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사실과 가치는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함에 있어서 어떤 도덕적 책임도 피할 길은 없다.
<과학을 읽다_끝마치며_첫 단락 중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값이 꽤 많이 올랐고, 여기저기 품절사태라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 저녁 밥상을 차리면서 핸드폰 게임 삼매경인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후쿠시마 때문에 천일염 값이 엄청 올랐대."
남편은 핸드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인다.
"그래, 근데.. 꼭 천일염 먹어야 하나?"
"그럼, 뭐 먹어? 인공소금도 먹을 수 있는 거야? 염화칼슘말이지..."
남편은 황당하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야! 너는... 염화나트륨이지.. 책은 그렇게 많이 읽는 데, 어떻게 원소기호도 모르냐!"
나는 압력밥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모를 수도 있지.. 면박은..."
어쩔 수 없는 문과여자인 나는 수학과 과학을 무척 싫어한다. 아니 사실 못한다. 그나마 생물은 괜찮다. 수학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과학 과목 중 제일 어려웠던 것이 물리였다. 화학은 외울 게 많아서 귀찮아했다. 재능은 없지만, 만약 학창 시절 재미있게 과학을 배웠더라면, 지금 나의 과학상식은 좀 더 풍부했을까?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과학도서도 간간히 읽었다.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은 내가 읽었던 과학 책 중에서 제일 어려웠다. 유튜브도 찾아가며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글쎄!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2번은 더 읽어야 할 텐데, 사실 애써 마음이 일지는 않는다. '총균쇠'는 완독한 책이고, 꽤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자가 쓴 역사책이기 때문이다. 자연과학 중 특히 진화생물학과 지질학은 나에게는 물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학문이다.
'누구나 과학을 통찰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역사, 철학, 우주, 인간, 마음의 다섯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과학책과 인문학책을 골고루 배치하여, 나 같은 문과사람들도 쉽게 과학이론을 훑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어렵고 두꺼워서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와 요약을 담은 책인데도, 백 퍼센트 이해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과학책은 혼자 읽기 힘들다. 시작은 가능하지만 완독 하기에는 꽤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독서동아리 내에서 '벽돌책 깨기'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 다음 주에 새롭게 시작하는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두 달 반에 걸쳐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완독 한 나는 자신감에 차 있다. 열심히 함께 읽다 보면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이 쌓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