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제품팀으로 일해보기 전, PO라는 직군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봤다. 실무를 경험해보기 전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렸던 것들이 많아 책의 명성에 비해 내가 받은 영감은 미미했었다. 이번에 다시 읽어봤을 때는 그 전과 아예 다른 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배우고 공감한 내용들이 많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하고 있는 업무, 내가 속한 조직과 비교하며 읽게 되었다.
제품팀이 왜 효과적인가?
첫째, 협업에서는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제품팀은 이러한 관계를 잘 살리는 형태이다.
둘째, 전문성이 필요한 혁신을 하는 경우 오래 지속되는 제품팀은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업무를 수행한다.
셋째, 제품팀은 다른 사람들이 가치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결정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팀 전체가 비즈니스 목표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팀전체가 주인의식과 성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중심 전통적인 모델은 프로세스에 따라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고나면 끝이다. 반면에 전담팀 모델은 출시가 되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며, 유저와 비즈니스 입장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때까지 끈을 놓지 않는다.
제품 관리자는 누구인가?
책에서는 '정말 솔직한 이야기로,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제품관리자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제품관리자는 회사에서 가장 뛰어나야하고 가장 많은 책임과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 제품관리자의 역량이 부족하면 핵심적인 제품의 기능들이 망가지고, 서비스 전체에 큰 악영향을 받는다. 그로스를 만드는 출발점도 제품관리자이며, 제품의 0to1을 만드는 것도 제품관리자이다.
제품 관리자의 책임
정말 힘든 일은 제품 백로그에 있는 일이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이 문장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제품이 성공하면 팀의 모든 사람이 제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이며, 제품이 실패하면 그것은 제품관리자의 잘못이다. 이것은 좋은 리더로서의 의미와 같다. 최근 유행하는 흑백요리사의 최현석 쉐프의 리더십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잘되면 팀이 잘한 것이고, 못하면 리더가 잘못한 것이다.
제품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 창의성, 똑똑함, 집요함
똑똑하다는 것은 빠른 학습 능력이 있고, 고객 문제 해결, 신규 고객 확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용할 수 있어야한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평범한 제품 기능의 범위를 뛰어넘는 비즈니스 문제해결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요함은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적당함과 타협하지 않도록 추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설득력있는 근거, 끊임없는 대화, 기능 조직간의 가교 역할의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 이것은 가르친다고 습득되지 않는다. 지금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다.
제품 로드맵의 문제
제품 로드맵은 대부분 실패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두가지 불편한 진실이 소개된다.
첫째, 최소 절반 이상의 아이디어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아니다. 가치가 전혀 없다. 또는 실현가능성이 없다. 기술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돈이 너무 많이든다. (feasibility) 아니면 사업 유효성이 없다. 법적, 재무적, 비즈니스 제약사항이 출시를 막는다.
둘째, 가치와 사용성, 실현 가능성, 사업 유효성이 모두 검증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최소 몇번이상의 이터레이션이 필요하다.
위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은 아예 다르다. 특히 속도를 추구함에 있어서 다르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실패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고, 사용성이 구리며 그것이 고객과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에는 몇번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대로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루 단위의 기능 배포가 필요하고 개발뿐만 아니라 기획과 전략 수립의 속도 또한 빨라져야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 또한 최선의 프로세스가 있어야한다.
특히 나는 제품의 실현 가능성과 사업 유효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한편으로는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문제와 솔루션을 찾기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과 사업 유효성으로 유효한 아이디어가 막히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몇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현가능성과 사업유효성으로 좌절되는 일이 있었고, 이 또한 프로젝트 초기에 검토해야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관리자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다시 읽어보면서 메타인지가 된 부분이 많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솔루션이 최선인가? 매몰 비용 오류에 빠져있는게 아닌가?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인가? 레퍼런스가 반드시 정답인가?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더 냉정하게 지금의 지표를 보고 이해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