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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배꼽 Nov 03. 2023

이민일기 / 노르웨이에서 비자받기

일주일만에 5년짜리 비자가 나왔다. 


독일에서 영주권을 포기하고 노르웨이로 왔다. 


독일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그 사실을 마주했을때는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어렵게 얻은 권리였는데 이제 그걸 포기한다니. 나는 제3국에서 온 사람으로서 감지덕지하며 독일에서 하던일 하고 세금내고 무료로 자식교육 시키며 살았어야했다는 마음이 나를 들었다 놓았다가 했다. 다른 나라에 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다시 시간을 새로 쌓고 연금을 내고 사회보장 제도에 들어가기까지, 언어를 새로 배우고 진짜 친구를 사귀고 내가 살 방 한칸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사는 것에 쉬운 일 하나 없지만 나를 바깥세상에서 완벽히 고립시키는 것이 이민이다. 


그래도 독일에서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UDI 웹사이트에서 내가 원하는 비자를 찾으면, 여러가지 선택사항을 주고 그것에 맞게 안내를 해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가족동반비자였다. 현재 직업이나 학교를 다니려고 가는것이 아닌 노르웨이인인 가족때문에 이민을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가족동반비자는 보통 내가 직업을 얻거나 그외에 사회활동을 하는데에 큰 제한이 없으므로 나에게 좋은 조건이다.


내 상황은 > 노르웨이에 살고있는 가족이 노르웨이인이다. 나의 국적이 한국이다. 함께 다른 EU/EWR나라에서 살았다. 이다. 


나에게는 두가지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선택이 주어졌다. Family immigration 혹은 EU/EEA - Application for residence 였다. 내가 유럽에서 살고있다는 조건하에 두번째 비자가 가능했는데, 이를 통하면 신청비가 무료고 integration course가 의무가 아니었다. 첫번째 가족동반비자를 신청하면 신청비만 10000 크로네였다. 언어교육도 의무다. 물론 언어를 배울거지만 교육시간을 채워야 하기에 다른 경제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여기서 충격적인건 비자청에 전화로 물어볼수가 있다는 점. 독일 비자청은 전화는 커녕 이메일도 안된다. 그덕분에 나에게 맞는 EU/EEA - Application for residence 를 통해 비자신청을 하게되었다. 


독일에서 뼈아픈 경험들을 통해 얻은 서류처리 능력으로 비자를 준비했다. 단 한개도 빠짐없이. 원본 사본 영어로 번역까지 해서 첨부했다. 노르웨이 입국은 16일에 했고 비자청 약속은 19일 아침에 잡았다.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렸다. 독일에서는 내가 독일어를 하고 남편이 독일어를 못해서 짜증났는데 이제 네가 앞장서라 하고 들어갔다. 


경찰아저씨(노르웨이는 특이하게 경찰이 서류를 받았다)가 너무 친절해서 당황했다. 서류를 몇분간 확인하더니 바로 열손가락 지문 뜨고 사진까지 찍어서 더 당황했다. 노르웨이 어는 금방 배울거라고 독려도 해준다. 나오는 길에 얼떨떨 하게 이게 너무 쉬웠네 하며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쉬울수는 없기에 마음을 놓지 않았다.


비자 신청 8일만에 5년짜리 비자가 나왔다.  


한국에 가는날은 27일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런 정신나간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가기 이틀전 주소지를 등록하고자 했으나 노르웨이인인 딸만 되고 나는 되지 않았다. 비자 상황이 나와야 등록할수 있다고 해서 그냥 마음 놓고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최소 6주 혹은 몇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UDI에서 공지한 바로는 지금 현재 일하고 있는 서류가 작년 12월것이라고 나와있었기 때문에. 


27일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아주 일찍 향했다. 아기가 있으면 언제나 혼자 할때보다 한시간은 서둘러야한다. 일찍 도착해 핫도그를 아침으로 먹고 기저귀를 갈고 비행기 타기 10분전, 경찰서에서 이메일이 도착했다. 비자가 나왔고 카드가 도착할 것이라고. 5일쯤 지나서 시어머니 집으로 카드가 도착했다. 하! 웃음이 나왔다. 신경이 곤두서있던 날들이 살짝 녹아내리는 것 같다. 5년, 짧고도 긴 시간. 그 이후에는 영주권을 받을수 있을까? 그래도 한숨 놓았다. 이제 한국에서 열심히 고생하고 즐기고 다시 돌아가 부딪히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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