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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류큐레이터 Jan 31. 2022

한류 다이어리(3)

한류 셀럽된 날!

5살부터 시작한 피아노는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3년 전 2019년이었다. 빡빡한 뇌를 풀어주고 양손을 쓰면서 오감이 즐거운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피아노였다. 한 번도 접한 것을 시작하기엔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할 듯해서 30년 만이지만 선택한 것이 피아노였다.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또 하나가 있었다. 

한 선배가 살사 춤을 배우는 이유는 해외 모임에선 꼭 교류회에 댄스파티가 열려 또 다른 소통이 된다고 했던 말이 문뜩 기억났다. 악기 역시 소통 수단이 될 것으로 믿고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곡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는 날까지 배워보자가 마음을 굳혔다. 

용기 내어 집 근처의 피아노 학원 체험 레슨을 신청했다. 

너무나 신기한 것은 30년 만에 정식으로 악보를 보고 연주를 했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악보를 이해하는 속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내 손가락은 조금씩 용기 내어 건반을 누르고자 했다. 머리로 외우지 말고 몸이 외워야 한다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말하지만, 직접 체험을 한 나는 진리로 받아들인다. 


3년째 한 달에 두 번 레슨과 자유 연습을 하고 있지만 그다지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피아노를 배우는 목표 설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표회, 자격증 등 목표가 명확한 골이 없이 그냥 좋아서, 그냥 치고 싶어서 이 뿐이다. 그런데 굳이 목표가 명확해야 할까? 

연주하고 싶은 한국 드라마 OST 곡을 선정해서 매번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지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아로하>, 응답하라 1988 <걱정 말아요 그대>, 아이리스 <잊지 말아요>를 맹연습 중이다. 신기한 것은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선생님은 악보만 보고 완벽한 연주를 하신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데 어제 레슨에서 선생님이 한국 드라마 OST 연주하고 싶다고 악보집 추천을 부탁하셨다. 일본어로 된 한국 드라마 OST 악보집이 거의 없다. 가끔 K-POP이나 한국 드라마 주제곡을 연주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이셨다. 최근 일본 드라마의 피아노 연주 대역도 종종 하시고, 나처럼 드라마와 영화 OST 연주를 하고 싶어 피아노 레슨을 신청한 수강생들이 꽤 늘었다고 했다.  


한국 기사를 보면 "셀럽"이란 단어가 꽤 눈에 띈다. 유명인, 특정 분야의 인기인,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인물 등으로 설명한다. 난 유명인도, 사회 저명 인물도 아니지만 오늘은 한류 셀럽이 된 듯 뿌듯하다. 

매번 새로운 OST 선곡을 할 때 선생님께 유튜브의 오리지널 연주를 함께 들려드린다. 선생님도 다른 수강생의 연주곡을 공유해 주신다. 가끔 선생님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추천하기도 한다.  최근에 추천한 이병헌 주연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셨다고 감상도 전해주셨다. 


나의 소소한 실천과 공유가 타인의 일상에도 스며드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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