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고객님
<똥 묻은 고객님>
창구에서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날은 점심을 갓 먹고 배 두드리며 자리에 내려온 직후였다.
ATM 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고객 한 분이 은행 안으로 들어오셨는데,
그 모습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다.
옷 여기저기에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었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가 인지된 순간,,
똥 냄새, 토 냄새… 여러 감각이 동시에 공격당했다.
그 손님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였고, 직원들은 살짝씩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부지점장님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이 고객님 좀 빨리 처리해 줘” 하시곤 뒤로 빠지셨다.
나는 평소처럼 “네~ 어서 오세요~” 하며 고객님을 응대했다.
근데 내 얼굴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방실방실한 웃음이 고정돼 있었고
나는 그 냄새 속에서 묵묵히, 그리고 충실히 업무를 마쳤다. 업무는 단순했다 체크카드 재발급.
고객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은행 안에는 잔향이 퍼져 있었고,
나는 속이 약간 울렁거리는 상태로 한숨 돌리려는데,
부지점장님이 다가와 한 마디 하셨다.
“너는 그 똥 묻은 고객님이 뭐가 좋아? 방실방실 웃으면서 처리하더라?”
허탈하면서도 웃긴 그 말.
진짜, 내가 방금 무슨 일을 겪은 거지 싶었다.
잠시 후, 한 대리님이 다가오셔서 한마디 해주셨다.
“그 손님, 사실 자주 오는 분이야. 오늘은 그나마 화사하게 입은 편이야…”
그 말을 듣고 나니… 웃음이 또 나왔다.
매번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손님들,
그 속에서 웃음을 지켜내는 나.
이게 일하는 묘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