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원짜리 사유서
<십 원짜리 사유서>
은행에서 일한다는 건 하루 종일 돈과 눈싸움을 한다는 뜻이다. 수십 장의 지폐, 바스락거리는 동전들, 컴퓨터 화면에 박힌 숫자들 사이에서 눈알 굴리는 일이 일이다.
그날도 평온한 마감 후 시재검사 시간.
식곤증과의 혈투 끝에 점심을 간신히 이기고 돌아왔고, 여느 때처럼 시재장을 뽑았다.
돈을 척척 세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부지점장님, 시재 맞아요!"
그런데 부지점장님이 날 빤히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진짜 맞아?"
"맞습니다!"
"다시 확인해 봤어?"
"예예, 맞아요!"
"진짜지?"
"진짜 맞습니다!!"
그렇게 세 번의 신뢰 테스트를 통과한 뒤, 부지점장님은 한마디 남기셨다.
"그럼 사유서 써와."
... 네?
그때 알았다.
그 조용히 남아 있던, 작고 당당한 존재.
바로 십 원.
은행에서는 십 원 미만 금액은 반올림하기 때문에 마감 때 십원이 남거나 모자라는 일이 생긴다. 그런 것은 처리를 해야 했다. 근데 나는 그걸 안 했다.
나는 은행의 무게를 십 원으로 배웠다.
그리고 사유서 한 장으로 마음을 고백했다.
부지점장님은 한숨 쉬시며 말하셨다.
"그래도 글은 잘 쓴다."
칭찬 아닌 칭찬에 기쁜 내 마음이 너무 우스웠다.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작은 숫자 하나가 직장인의 하루를 얼마나 스릴 있게 만들어주는지를.
교훈:10원이라도 방심하면, 사유서가 날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