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매일 아침,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
우리는 자주 ‘사람들은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실 이 말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하루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저 누군가를 잠깐 보았을 뿐, 그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오래 간직하진 않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인상은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첫인상이 중요하다'라고 말하죠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거울 속 내 얼굴을 처음 마주할 때,
그 순간이 나에게 주는 인상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침에 자고 일어난 내 얼굴을 보면 큰 감흥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 오늘도 잠을 잘 잤구나’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 있어요
그런데 유독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죠. 바로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이에요
잠에서 깬 직후의 나의 얼굴은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지저분하게 자란 수염은 묘하게도 눈에 들어와요
수염이 자랄 때마다, ‘이걸 그냥 둘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남자라면 대부분 수염이 자라잖아요. 물론 사람마다 수염이 자라는 속도나 양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만 지나도 수염이 금세 자라서 면도를 해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3일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만 면도해도 되는 사람도 있죠
나 같은 경우엔 하루 반나절만 지나도 수염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침마다 면도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매일 면도하는 것이 꽤나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침에 덜 깬 상태에서 면도를 하다 보면 덜 자란 수염을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자주 얼굴을 베게 되고, 피가 나기도 하죠
입 주변이 베인 자국으로 가득하고, 자극을 받아서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일도 잦습니다.
심지어 이런 자극은 하루 종일 지속되어 불편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매일 면도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아침마다 면도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가끔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라이더는 헬멧에 마스크까지 쓰잖아.
어차피 얼굴이 거의 가려지는데 굳이 매일 면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라이더라는 직업 특성상
나의 얼굴은 거의 대부분 헬멧과 마스크로 가려져 있죠
배달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을 제대로 볼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것보다
매일 아침 나를 먼저 맞이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하루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거울 속의 나입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지저분하고 덥수룩하다면
그 순간부터 하루가 조금은 어수선하게 시작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면도를 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얼굴을 만들면서
나 자신에게 약간의 자신감을 불어넣는 거죠
어쩌면 이건 나만의 작은 의식일지도 모르겠어요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써서 남들은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나는 매일 아침 깨끗하고 단정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선크림까지 바르면 완벽하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면서도 그 순간 느껴지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실 선크림을 바르는 것 또한 자존감을 높여주는 작은 행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로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침의 이런 작은 습관들이 하루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저 몇 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정성을 들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매일 면도를 하고, 깔끔하게 준비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면
비록 그 누구도 내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하루 종일 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좋은 영향을 미치죠
매일 아침,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하루를 준비합니다.
그 순간 깨끗하게 정돈된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것은 단지 외적인 관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아끼는 작은 행동의 연장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