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를 외치는 자의 박해를 받은 죄인들의 블루스

영화 <씨너스 : 죄인들> 비평

by 하랑

박애를 강조하던 기독교의 교리는 어느 순간부터 나와 다른 존재를 배척과 개도의 대상으로 보는 편협한 시선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시선을 갖게 된 자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숭배하며 그것과는 다른 소수 문화를 교정해야 할 무언가로 규정하였다. 이는 블루스, 힙합, 게임 등 신생 문화에 대한 배척과 멸시로 이어졌으며 그들이 경계하던 박해의 정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정신은 해당 문화를 사랑하고 향유하는 이들을 악마화하였고 그들을 죄인이라고 낙인짓고 말았다. 1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이러한 박해에 대해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상당히 도발적인 영화로 대답하였다. 그는 해당 문화를 사랑하는 자신들이 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원죄를 짊어진 죄인들(Sinners)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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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너스 : 죄인들>은 목사의 아들 세미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세미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짓는다. 영화의 이야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스택"과 "스모크" 형제이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세미라는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러한 요소는 현재 미국의 흑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한계 역시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세미는 목화 플렌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던 목사의 아들이자 블루스를 사랑하는 한 청년에 불과하다. 물론 목사인 아버지의 관점에서는 악마들 옆에서 노래부르고자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은 어린 양이지만 그가 한 행동들이 악마적인 무언가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스택"과 "스모크" 형제는 명백한 악인에 가까운 행적을 보여준다. 시카고에서 알 카포네와 일했다는 소문이 있는가하면 아일랜드 마피아와 이탈리아 마피아를 서로 싸우게 만든 장본인인만큼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노래를 부를 무대를 제공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본작의 세미가 흑인 문화 그 중에서도 음악에 대한 내용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쌍둥이 형제는 그 문화의 기저에 깔린 어두운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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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의 메인 주제가 된 블루스 음악은 결국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가스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된 흑인들의 영향으로 흑인 음악과 가스펠의 혼합으로 인해 발생한 그 문화이기에 블루스라는 음악의 기저에는 고향과 자유를 잃은 자들의 설움이 깔려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연대기는 절대로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현 세대를 대표하는 흑인 문화인 힙합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현재는 힙합이 흑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장르가 되었지만 그 기반에는 엄연히 갱스터 문화가 존재한다. 아무리 현재에 빌보드 차트 최상단에 힙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힙합의 역사에는 1992년 LA 폭동이 있었고, 투팍과 비기의 총살 등등 부정적이고 슬픈 역사들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역사와 기반으로 인해 흑인 문화를 비판하고 비난한다. FOX 뉴스의 게랄도 리베라가 켄드릭 라마의 공연을 두고 말한 "힙합은 최근 세대에 이르러서 인종차별보다 더 많은 피해를 아프리카계 미국인 청년들에게 주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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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선에 대해 본작은 우리의 문화는 악마같은 것이 아니라며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사랑하는 문화의 뿌리에 있는 암적 면모 역시도 인정한다. 허나 그와 동시에 자신이 이 문화를 사랑한다는 것 역시도 부인하지 않는다. 영화의 메인 무대가 되는 장소는 KKK단의 활동 본거지였고 그 무대를 술집으로 개조한 쌍둥이 형제의 자금 출처는 뒷세계의 것이며 그곳에 오는 흑인들은 자신들의 탄압의 역사였던 농장 화폐를 지불한다. 이는 각각 맹목적인 인종차별의 역사, 범죄를 통한 자금의 취득, 노예제도의 유산을 상징하며 이것들을 옹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부정적 요소 위에 꽃핀 세미의 노래 <I lied to you>는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은가. 해당 곡이 블루스임에도 일렉 기타와 디제잉적 요소가 거슬리지 않게 들리는 것은 신생 문화의 이면에 핍박과 박해, 그리고 부정행위들이 있었음에도 그 문화를 사랑하는 정신이 공통적으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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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본작의 뱀파이어들, 과거 미국 가게의 안내문, 아일랜드계 캐릭터의 인종 변경 사례들

이어서 등장하는 뱀파이어들 역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뱀파이어인 레믹이 부르는 노래 <Rocky road to Dublin>은 노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시피 아일랜드의 민요다. 아일랜드가 가진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도 의미심장하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뱀파이어와 세미 일행의 대립이 흑인과 백인의 차이에 대한 인종적 갈등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천주교를 믿던 지역으로 영국의 식민지배 시기 당시 개신교로의 개종을 강요받은 지역이며, 그들은 19세기가 넘어서까지도 영국과 미국에서 백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일랜드인은 White Negroes라고 불리며 흑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대우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붉은 머리와 주근깨는 차별의 대상으로 남아있을 정도로 아일랜드인은 차별받아온 대상이었다. 세미의 아버지와 같은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뱀파이어와 세미 일행을 보면 기존의 인종 대립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보이게 된다. 미국 백인들의 기본적인 정서인 청교도, 개신교의 정서로 바라본 이들은 모두 악마적 존재에 가깝다. 이교도이자 사악한 취향을 가진 이들인 그들은 그렇기에 모두 죄인이 된 것이다.


이는 세미가 레믹에게 살해당할 뻔한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이 장면에서 공포에 떤 세미는 주기도문(마테복음 6장 9~13절)을 읊조리는데 뱀파이어인 레믹은 이에 반응하기는 커녕 함께 주기도문을 읊으며 세미에게 다가선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땅을 빼앗은 저주스러운 놈들이지만 그 주문만큼은 제법 위안이 된다며 조롱한다. 이는 결국 세미와 레믹이 모두 죄인이며 개신교에 의해 박해받은 이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버지의 신앙 강요를 거부하고 노래를 선택한 세미와 미 대륙으로 넘어온 아일랜드 출신의 레믹 모두 같은 죄인이기에 개신교적 가치로 서로를 벌할 수도, 구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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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길고 긴 하룻밤이 끝나고 세미는 아버지를 떠나 홀로 시카고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 노년이 된 세미의 앞에 나타난 스택과 그 연인은 뱀파이어이지만 세미를 물지도 뱀파이어가 될 것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의사를 존중할 뿐이었다. 90년대는 이미 블루스가 더 이상 메인스트림에 있지 않은 시기였다. TV에는 프린스, 마이클 잭슨과 같은 인물들이 주류를 잡고 있었고, 힙합 역시도 자신의 영역에서 꾸준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영생을 선택하지 않은 세미는 결국 블루스 음악을 나타낸다. 블루스 음악의 전성기는 이미 지난 상태이고 전성기의 그 인기와 불꽃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세미는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블루스가 끝난다고 해도 그 문화의 정신이 끊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R&B와 힙합에도 그 DNA가 남겨져 있고 우리는 그 문화를 사랑할 것임을. 그렇기에 그는 박제된 냉소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이어지는 붉은 피로 생을 마감하기를 자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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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너스 : 죄인들>은 박애의 정신을 자처하던 이들의 박해에 대항해 자신들의 고결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논리대로 죄인이 되어주겠다는 담대한 도발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청교도 문화가 다른 소수 문화에 대해 보였던 자세에 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작품임과 동시에 소수 문화의 뿌리에 있는 어두운 면모마저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돋보이는 영화이자 아마도 그의 영화 인생 최고 작품으로 남을 그야말로 대작이자 명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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