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더의 삶

by 정수히

콘텐츠 호더(contents hoarder).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호더(hoarder)라고 하듯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사진, 영상, 레퍼런스 등등 정보를 쌓아두기만 하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을 콘텐츠 호더라고 한다.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님이 호더 중 가장 유명한 호더라고 한다. 요즘 그 분을 몰래 지켜보면서 느끼는건데 하나라도 꾸준히 하면 결국 무언가가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덕업일치에 완전히 성공하신 것 같아 매우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안 유명한 호더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다. 지금 내 노트북에만 쌓여 있는 각종 텍스트 파일들이며, 사진으로 가득차서 용량 터질 듯한 드라이브, 근데 이게 매일 양이 늘어난다. 넷플릭스 계정만 봐도 리스트에 +해둔 영화랑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어차피 재미없어 할 다큐멘터리까지. 오죽하면 주변에서 너가 매일 티비만 보니까 연애를 못하는거야 라고 할까. 근데 실제 사람이랑 어떻게 사귀지, 2D에 잘생기고 도파민 무한 제공해주는 캐릭터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세상에 보고 즐길게 너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나는 오히려 은퇴 후에 나이들면 훨씬 더 즐겁게 살 것 같다.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잖아, 난 ‘디지털 공주’로 태어났는데.. 취미생활만 추구하기도 바쁜데.. 오 근데 콘텐츠 호더보다 디지털 공주라는 타이틀이 더 마음에 든다. 영화 보면서 놀고 먹는 공주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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