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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Nov 01. 2020

아이의 첫 미디어

광고홍보쟁이 엄마표 미디어 놀이 #4


두 돌이라는 제한령이 풀린 건 내 사과폰 사진첩 속의 꽁이를 만나기 시작하고부터다. 두 돌 지난 아기도 자신의 아기일 때 모습이 궁금한지 사진첩에 고이고이 모아둔 사진들과 동영상 보기를 좋아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꽁이 사진 보고 싶다고 가끔 얘기했고 사진들을 왼쪽, 오른쪽으로 밀어가고 두 손가락을 벌려 확대하며 추억에 빠져 들었다. 확실히 아이들의 직관적인 학습은 놀라웠고, 3살인데 핸드폰 화면을 스와이프하고 확대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CCL

가족사진은 가족 동영상으로 발전하고, 동영상은 이내 뽀로로, 타요, 핑크퐁으로 바뀌어갔다. TV에서 바로 유튜브를 볼 수 있다는 천혜의 환경 속에서 뽀로로와 타요를 한편 씩, 이내 두 편씩 보기 시작한 게 지금은 하루 1~2시간의 TV 시청 시간을 갖는다. 아이는 공중파, 케이블 채널,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있는 세대다. 지금도 주말 아침이면 오늘 TV에서 ‘안녕 자두야’ 하냐고 묻는다. 투니버스, 애니박스, 챔프 편성표를 검색해 보고 없다고 하면 유튜브 자두TV로 들어가 LIVE로 스트리밍하는 에피소드들을 몇 시간이고 TV 스크린으로 본다.


TV라는 대형 모니터를 통해,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싶을 때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건 우리 세대와는 다른 기다림에 대한 해석이다. 정규 방송을 본방사수해서 보는 즐거움과 그다음 편이 방송되기 전까지의 애틋함을 오롯이 누려본 라떼들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다르게 소비하는 지금의 세대에게 ‘좀 기다려봐!’라고 잔소리해댄다. 의미 없는 거인데도.



아이의 미디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이고 그 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유튜브, 넷플릭스, SNS 그리고 게임이다. 브롤스타즈나 포켓몬고에 빠져 있던 또래 아이들 속에서 게임을 전혀 안 한 건 아니다. 아이의 관심을 갈구하는 아빠는 꽁이가 좋아할 만한 게임들을 다운로드한 뒤 유혹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몰래 아빠와 게임을 하다가 혼나기도 여러 번이었는데, 게임 안에서 포인트가 쌓이고 레벨이 올라가는 즐거움에 뿌듯했다. 7살부터 내 핸드폰에 헤어살롱과 제페토를 다운로드해 가끔씩 하고 있다.

 

출처: PxHere


지난봄 아이폰 SE2로 교체하면서 기존의 사용하던 아이폰 7+를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볼 수 있게 남겨두고,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유튜브, EBS, 리딩게이트, 몇 가지 게임들을 바탕화면에 깔아 뒀다. 종이 접기와 같은 창체 수업이나 EBS 다시 보기, 리딩게이트 학습 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아직 인터넷 창이나 유튜브를 열어 검색어를 입력해서 콘텐츠를 찾아보는 건 하지 않는다. 시간을 제지하는 건 게임을 할 때이다. 하고 싶을 땐 10분이나 15분 타이머를 설정한 뒤 지키고 있다.


출처: Pixbay


물론 스마트폰의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 엄마는 엄마의 학습법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들 한다. 자신이 해봤던 공부법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을 선택하는 걸 좋아한다. 패드나 PC로 해야 하는 수업들, AI나 화상 카메라 넘어 선생님이 코칭해주는 수업들은 사실 디지털 디바이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솔직히 나는 디지털 기반의 교육에 기대를 거는 입장이다. 학습지나 학원비 대비 아이의 학습효과(일명 가성비)는 사실 케바케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부족하다고 모두 학원으로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부모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했을  AI 효과적인 학습법을 가이드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기 전에 아이와 스마트폰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지 규칙을 정하라고 한다. 하루에 몇 시간 사용할지, 어떤 앱을 다운로드할지, 누구와 연락할지, 요금은 누가 얼마씩 부담할지 등 다양한 부분을 논의하고 계약서 형태로 문서화하면 좋다고 한다. 구글 등 포털에서 '스마트폰 사용 계약서' 검색하면 여러 가지 버전이 올라와 있다. 자신만의 스마트폰이 생길 때를 대비해 엄마는 차곡차곡 스마트폰의 베일을 벗겨줘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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