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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Nov 01. 2020

아이와 함께 미디어 보기: 1) 신문

광고홍보쟁이 엄마표 미디어 놀이 #7


직업상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조중동 신문을 꺼내 경제, 산업, 유통면을 확인했다. 전날 가판, 인터넷 기사로 검색했지만, 혹시나 본판에 게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행여나 내가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의 기사가 조중동 매체에 실리는 날엔 여기저기서 칭찬 인사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시대가 흘러 스크랩마스터로 접속해 클라이언트 기사를 검색했고, 이젠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신문 지면 번호를 쉽게 확인한다. 그러니 내가 집에서 신문을 볼 리가 없고, 아파트 이웃에도 신문을 보는 이들이 줄었다. 아이에게 누가 신문을 보니?라고 물어보니 대디 피그 란다. ㅎㅎ (페파 피그에서 아빠는 늘 신문을 본다.)

 

출처: Pxhere

아이가 신문을 정기적으로 접하는 건 성남비전이라는 타블로이드다. 아파트에 월 단위로 비치되는 성남비전을 통해 관할 시 내 행정, 문화, 경제 소식 등을 확인해왔다. 문화행사나, 육아정보들을 확인하고 꽁이에게 알려준 뒤 신청하는 걸 몇 년째 반복했더니 아이는 새로운 월호가 도착할 때마다 나에게 가져다준다.



신문(新聞)은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실이나 해설을 널리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정기 간행물이다. 일반적으로는 일간으로 사회 전반의 것을 다루는 것을 말하지만, 주간ㆍ순간ㆍ월간으로 발행하는 것도 있으며, 기관지ㆍ전문지ㆍ일반 상업지 따위도 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주로 우리가 얘기하는 일간지 신문은 성격에 따라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 등으로 나뉜다. 옛날 옛적 신문사들이 발행부수를 내세우며 영향력을 자랑했고, 한 시절을 휩쓴 무가지들(예: 메트로, 포커스 등)과 광고 및 발행부수 경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 메인에 자사의 기사를 많이 노출해 트래픽을 높이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신문에서 TV 편성표를 제일 사랑했고, 그다음 연예/문화면, 스포츠면, 만화나 연재소설, 그리고 사진기사 위주로 봤었다. 아이는 이 신문에서 뭘 보고 관심을 끌까? 궁금했다.



꽁이와 함께 신문을 펼쳐봤다. 몇 종류의 신문을 꺼낸 뒤 신문의 이름(제호)을 읽어보라고 했다. 한겨레, 중앙일보, 스포츠조선 읽더니 조선일보는 한자어라 모르겠단다. 이어 신문에서 날짜를 찾아봤다. 일간지라는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신문이 거의 매일 발간되는 것임을 설명했다. 일부 신문엔 창간일이 게재되어 있어 좀 헷갈려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올해 창간 100주년이라 숫자 '100'이 빨간색으로 도드라지게 표기되어 있다. “이 신문이 태어난 생일인데 올해 100살이래. 한겨레는 33살 정도 된 거 같아.”그리고 같은 조선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두 신문은 형제 사이라고 했다. 스포츠 뉴스만 따로 자세하게 모은 건데 얘가 동생이라고.


신문 이름, 날짜를 보고, 날씨를 찾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등 각 섹션별로 어제 일어난 일을 훑어봤다. 글로 빽빽한 기사에서도 글자 크기가 다르고, 사진도 컬러와 흑백으로 다르게 나오는지 물어왔다. 기사 크기와 중요도, 지면 편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편성표를 펼쳤다. 오늘 볼 EBS 프로그램을 찾았다. 자기가 보는 프로그램이 시간대별로 쓰여있으니 신기해했다. 그리고 신문에 나오는 동시, 만화, 한자/외국어 공부 박스들도 살펴봤다. 신문 안에 안마의자나 아파트 기사(광고)들이 많다며 얘기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섹션을 찾아 아이와 함께 앉았다. 스포츠지의 하이라이트인 숨은 그림 찾기, 낱말 퀴즈, 스도쿠 등이 있는 페이지다. 펜을 들고 그림 속 다른(숨겨진) 부분을 찾아본다. 큰 종이에 작은 글자로 빽빽해 보기만 해도 지겹고 따분해 보이는 신문 안에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는 걸 알아 차린 게 좋은 출발이다.




이제 신문과 본격적으로 밍글링을 해보기로 했다. 유행처럼 지나갔던 신문 활용 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가 떠올랐다. 여러 신문을 보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몇 가지를 발췌했다. 신문에서 아이 눈높이의 기사를 스크랩을 해서 스케치북에 붙여놓고 심심할 때 아이와 꺼내 하나씩 해보면 꽤 재미있어한다.


1)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단어 찾기

예로 한글날 관련 기사를 읽어보며 한글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제목, 기사, 캡션, 사진에 숨겨진 한글을 누가 더 찾나 시합을 했다. 그리고 '한글이다'라고 글자를 쓴 뒤 그림 그리기를 해보았다. 그렇게 한글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님을 기린다.



2) 기사 안에 핵심 내용 밑줄 긋기

아이가 재미있어할 신조어를 찾았다. '흘깃족'이라고 뭘 말하려고 하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을 듯했다. 아이는 제목과 아래 삽화를 보고 바로 눈치를 챘다. 이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어떤 건지 찾아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읽어본 뒤 기분(감정)과, 알게 된 것에 대해 말해봤다. 누가 날 엿보는 기분은 무지 화가 난단다.



3) 기사의 제목을 가린 뒤 같이 글을 읽고 기사 제목을 유추해보기

사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8살에겐 어려운 단계이다. 신문 기사를 혼자 읽기엔 글밥이 많아 어려워한다. 엄마가 대신 내용을 읽어주고 제목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4) 같은 내용의 다른 신문사 기사를 비교해보기

 신문에서 한 기사를 고른 뒤 노트북으로 간다. 포털 뉴스 검색창에 비슷한 주제의 키워드를 넣어 유사한 기사들을 검색한다. 여러 매체의 인터넷 기사를 클릭한 뒤 제목과 내용을 비교해본다. 언론사가, 미디어가, 같은 주제를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보여줬다. 수많은 정보 안에서 정확하지 않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믿을 수 있고 나와 같은 방향으로 앞을 바라보는 미디어를 찾아내는 힘을 지금부터 키워야 한다.



이다음 연계 활동은 기사 쓰기다. 홍보담당자가 가장 많이 하는 업무가 바로 보도자료 작성이다. 회사 이슈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 담당기자에게 배포한다.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자는 단신 또는 기획기사, 나아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한다. 이때 추가 자료나 사진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주제를 정한 뒤 신문에 올릴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사의 핵심은 5W1 H(When, Where, Who, How, Why, What)를 바탕으로 읽는 독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다. 아직 그림일기 쓰는 수준이라 사진기사를 바탕으로 캡션 작성하기를 해봤다. 먼저 사진기사를 자른 뒤 사진 아래 캡션을 가린다.


1)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2) 이 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3) 이 사진을 본 이후 기분은? (감정을 다양한 툴로 표현한다. 날씨나 표정을 활용해서)

4) 이 사진을 신문에 담은 이유는? (왜?)

5) 사진을 보고 어울리는 캡션 달기



아이가 사진만 보고 상황을 그려본 뒤 말로 표현하는 건 꽤 힘들다. 가령 사진 속 무민이 아저씨들이랑 리본 줄을 들고 있는데 테이프 컷팅의 의미를 몰라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하철 안에 마스크를 쓴 곰돌이 인형과 거리두기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19와 연관된 사진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다. 여러 단계의 대화를 통해 나온 말을 간단한 문장으로 줄이고, 글로 쓰는 과정을 해보니 재미있어한다.



2020년 연말에 가족신문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코로나 19 속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 가족의 신문 이름, 날짜, 주요 이슈들을 담아봐야겠다. 발행인 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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