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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Dec 06. 2023

강화된 영국의 반이민 정책

2024년부터 바뀌는 영국의 비자법

2023년 12월 5일 BBC 기사 캡처


오늘 영국 정부가 이민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비자법을 개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브렉시트의 주된 골자 중에 하나가 사실은 유럽 연합 내의 자유로운 이민을 제지하는 것이었다. 당당하게 탈퇴를 했지만 그 이후 노동력 부족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러 다시 기준을 낮추는가 싶었는데, 오늘 발표된 기사를 읽어보니 이민자 숫자가 사실은 역대 최고치를 찍어서 그 숫자를 제한하기 위해 비자 기준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내용은 정규 워킹 스폰서십 비자 연봉 상한선이 £26,200이었는데 내년 봄부터 £38,700으로 변경되고 시민권자의 '비 영국인' 가족이 Family Visa를 받기 위한 연봉 상한선도 £18,600에서 동일하게 £38,700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민권자와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연봉이 £38,700 이하면 가족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영국의 대졸 초봉 평균이 £30,000 내외임을 고려하면 정말 심각하게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즉, 앞으로 갓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들은 사실상 영국에 취업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업계마다 당연히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38,700을 받으려면 2-3년 차 정도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영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2년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주어서 많은 유학생들을 들여왔는데, 이번 바뀐 정책 때문에 초봉이 높은 직업군에 취직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비자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자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상한선을 47%나 올렸다는 것은 정부가 아주 공격적으로 이민자를 막겠다는 소리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연봉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비자 스폰을 하기 위해 회사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올해 하반기부터 엄청나게 올라서 회사에서 외국인을 뽑는 부담이 많이 높아졌다. 나만 해도 회사에서 들인 비용이 8천 파운드 가까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처럼 비자에 묶여있는 외국인들은 이직하기도 쉽지 않아 졌다. 안 그래도 취업 비자로 있는 외국인이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사에서 받았던 비자는 무효가 되고 새로운 비자 스폰을 받아야 하는데 최근에 그 비용마저 올라버렸으니.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자국민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요즘은 비자 스폰이 필요하다고 하면 애초에 인터뷰 기회조차 얻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 한-영 워킹 홀리데이의 수는 연 1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어나고 나이 기준도 30세에서 35세까지 넓어졌다. 그런데 정작 영국 내의 실질적인 이민 정책은 그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영국에서 파트타임 혹은 서비스직/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기준 연봉 상한선 이하의 사람들일 텐데, 사회 필수 노동력이니 기회의 문은 열어두겠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웬만해선 받아주지는 않겠다는 영국 정부의 못된 심보 같아서 한편으론 괘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바뀐 정책이나 현지 취업 시장 분위기로 보았을 때, 나처럼 영국에 정착하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를 오려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오기보다는 정말 전략을 잘 세워서 오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그리고 유학 후 취업 및 정착을 고려한 사람들도, 졸업 이후 본인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오퍼와 연봉에 대해 충분히 리서치를 하고,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3년 정도 경력을 먼저 쌓고 영국에서도 그 경력을 인정받아서 쭉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영국 정부가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자꾸 심는 것 같아서 마음이 괜히 심란하다. 비자 하나에 내 모든 것이 달려있다 보니 조그만 변화에도 일희일비하게 되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어떻게든 잘 버텨내야지.. 외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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