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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Aug 28. 2024

런던 한 달 현실 생활비 - 2

2024년 기준 런던 생활비 - 고정비 외 지출, 그리고 연봉 이야기

지난번 고정비에 대한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면서 갑자기 조회 수가 폭발했다. 역시 돈과 관련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과 공감대를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갑자기 무슨일인가 싶었던 조횟수.......


이 글은 지난 글에 이은 런던 현실 생활비 2편으로, 고정비 이외에 변동적으로 지출되는 다양한 소비, 그리고 저축 대한 글이다. 이번에도 나의 경우를 예시로 들어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쓸 텐데, 개인의 소비/저축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큰 만큼 참고로만 봐주셨으면 한다. 이 글은 런던에 거주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의 싱글인 직장인이 너무 궁핍하게 살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수준의 현실적인 생활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적당히 풍족하고 즐거운 삶'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환율은 일괄 1파운드=1800원으로 계산했다.


외식비

런던의 외식 물가는 워낙 비싸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하다 보니 주로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런던에서는 그렇게 하다간 정말 빠른 속도로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런던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집에서 요리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인데, 그러다 보니 외식 횟수는 많아야 1주일에 1번, 평균적으로 한 달에 3-4번 수준이다. 우선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영국 레스토랑에서는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를 받는다는 것이다. 보통 10%-15% 사이인데,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의 대부분은 기본 12.5%는 받는다고 보면 된다. 이는 메뉴에 적힌 가격에 더해지는 금액이다. 외식비는 천차만별이지만, 런던의 중간 정도 가격대의 레스토랑에서 음료까지 주문하면 한 사람에 30-40파운드(5.4만 원-7.2만 원) 정도 드는 것 같다. 만약 여기에 술을 주문하면 조금 더 금액이 올라간다. 보통 남자친구와 런던의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는 날에는 둘이서 70-80파운드(12.6만 원-14.4만 원) 정도는 꼭 쓰게 된다. 펍으로 가면 조금 더 내려가긴 하는데, 그래도 평균적으로 혼자서 맥주 1 파인트, 음식을 시키게 되면 20파운드(3만 6천 원) 정도는 쓴다고 보면 된다. 지난 몇 달간의 외식비를 보니 한 달에 적게는 200파운드(36만 원)에서 약속이 많은 달에는 400파운드(72만 원)까지 썼다. 외식비가 소비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긴축 재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식비를 제일 먼저 줄이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집에서 요리하는 날이 많아져서 훨씬 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게 되었고 외식을 하는 날이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요약>

- 영국에서는 무조건 10%-15% 까지 별도 서비스 차지가 붙는다. 메뉴판에 있는 금액이 다가 아님

- 2인 기준 평균 60-80파운드(10만 8천 원-14만 4천 원)

- 런던 기준 한 달 외식비는 평균 200파운드(36만 원)에서 400파운드(72만 원) 선


남자친구가 기념일에 예약한 레스토랑인데 100파운드가 훌쩍 넘었었던 기억이 난다. 런던 시내에 위치한 괜찮은 레스토랑은 다 이정도 하는 것 같다. 서비스 차지도 15%


쇼핑

쇼핑의 횟수는 한국에서 살 때와 비교해서 정말 많이 줄었다. 한국에서는 여유가 되면 가끔 비싼 물건들도 사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욕심도 없어져서, 나에게 쇼핑은 필요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옷은 가끔씩 맘에 들고 괜찮은 것이 보이면 사곤 하는데, 보통 한 달에 100파운드(18만 원)에서 200파운드(36만 원) 정도는 쓰는 편이다. 보너스를 받은 달이라든가 여유 자금이 남은 날에는 더 쓰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영국은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가격 대비 품질이 별로인 경우가 정말 많다. 예를 들면 집에서 신는 실내용 슬리퍼를 다이소에 가면 3천 원이면 사는데 여기서는 못해도 10파운드(1만 8천 원)는 지출해야 하는 식이다. 특히 패션의 경우에 영국에는 우리나라처럼 보세 시장이 없다 보니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자라, 망고, H&M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선택의 폭이 정말 다양해서 사실 본인의 형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웬만하면 필요한 물건은 한국에서 공수해 오는 편이다. 늘 한국과 비교를 하다 보니 쇼핑 횟수가 확연히 줄어서 어쩌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요약>

- 같은 퀄리티여도 물건의 평균 단가가 한국보다는 훨씬 높은 편이다.

- 작가의 경우 의류 구매는 한 달에 150파운드(27만 원) 정도 지출하는 편


여행

영국에서 쇼핑보다 자주 하게 된 것이 아마 여행이 아닐까 싶다. 3시간 이내로 웬만한 유럽 국가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보니 짧게는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서 시간이 나면 틈틈이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보통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데 가격은 시즌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비시즌 기준으로 봤을 때 웬만하면 왕복 100파운드(18만 원) 이내로 구해서 다녀올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나 일본에 놀러 가는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까지는 런던에서 편하게 유로스타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왕복에 저렴할 땐 70파운드(12만 6천 원) 정도에서 성수기 때는 200파운드(36만 원) 정도로 비행기보단 조금 가격대가 있지만 공항에 가서 오랜 시간 대기하지 않아도 돼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영국 국내 여행은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여행과 비용이 비슷하다. 예를 들면 런던에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 기차로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면 가는데 왕복으로 거의 150파운드(27만 원)에서 200파운드 (36만 원) 정도 든다. 여행이야말로 숙소나 여행 방식에 따라 총금액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달에 300파운드(54만 원) 정도는 기꺼이 여행에 투자하는데 그럼 1년간 딱 만족할 수준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다. 만약 어떤 달에 지출을 많이 했다면 당분간은 조금 자제하는 식으로 조절하곤 한다.


<요약>

- 유럽 내 여행할 때 항공권은 보통 왕복 100파운드(18만 원) 이내 (성수기 제외)

- 영국 국내 여행이라고 절대 싸지 않다. (가끔 제주도 여행보다 일본 여행이 더 저렴한 것과 비슷)

- 한 달에 300파운드(54만 원) 정도 여행에 투자하면 1년간 나름 만족스럽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올해 가장 좋았던 몰타 여행 - 비행기표 왕복으로 80파운드로 다녀왔다.
 프랑스 파리는 이제 주말에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저축/연금

이제 남은 것은 저축이나 연금이다. 나는 일정 비율의 개인 부담, 그리고 회사 부담으로 230파운드(41만 4천 원) 수준의 연금을 매달 넣고 있다. 연금을 고정비로 두지 않은 이유는 영국에서는 개인의 재량으로 opt in/out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연금과 비슷한 제도인데, 영국은 직장인만 대상이 된다는 점,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이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 보험적 성향을 강하게 띄는 한국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영국에서 정말 좋은 제도 중에 하나는, 첫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25%의 이율로 저축 보너스가 나온다. 1년에 4천 파운드 (720만 원)를 저축하면 천 파운드(180만 원)는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내년에 남자친구와 함께 집을 사려고 하고 있어서 한 달에 800파운드(144만 원)에서 많게는 천 파운드(180만 원)씩 저축을 하고 있고, 보너스를 받는 달에는 좀 더 넣으려고 하는 편이다. 일단 나는 갚아야 할 빚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정도 저축하려면 현재 소비 기준에서는 사실하고 싶은 것을 꽤 많이 참아야 가능하다. 사실 영국, 특히 런던에서는 임금 대비 물가가 (특히 주거비) 너무 높은 탓에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데만 해도 벅찬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은 특히나 저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저축이나 투자를 논하기엔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누군가에게 팁을 전수할 수준은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엔 우선은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한 달에 100파운드(18만 원) 정도는 주식 ISA에 투자하고 있다. 이 계좌는 향후 최소 10년간은 손 안 댈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받는 월급 그대로 카드값으로 나가는 소비요정으로 살다가, 영국에 와서는 정말 어떻게든 매달 저축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래도 내년에 집을 사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모두가 하는 말이지만 정말 소액이라도 조금씩 저축하면서 그 돈이 야금야금 커지는 기쁨을 일단 느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요약>

- 영국의 연금 제도는 직장인 중심으로 특화되어 있다. 직장인이라면 꼭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연금을 들자. 만약 직장인이 아니라면 개인연금이라도 꼭 들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 소액이라도 조금씩 저축하기. 특히 영국의 주택 ISA는 저축액의 25%까지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 (한도는 1년에 4000파운드 저축 + 1000파운드 보너스)



작가의 한 달 지출

위 내용과 1편의 고정비를 합쳐서 본 한 달 지출 내역을 공개한다.


고정비

1. 월세 1000파운드 (180만 원)
2. 카운슬 텍스/공과금/인터넷 149파운드 (26만 7천 원)
3. 핸드폰 12파운드 (2만 1천 원)
4. 교통비 130파운드 (23만 3천 원)
5. 최소 식비 120파운드 (21만 5천 원)
6. 운동 100파운드 (18만 원)
7. 구독료 66.50파운드 (12만 원)
- 넷플릭스 5.50파운드
- 챗지피티 프리미엄 17파운드
- 스포티파이 12파운드
- 유튜브 프리미엄 17파운드
- 기타 애플 구독료(보험, 클라우드 등) 15파운드

총 1,577파운드 (283만 8천 원)


고정비 외 지출 (평균 지출 값) * 매 달 변동값이 큰 만큼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8. 외식비 250파운드 (45만 원)
9. 쇼핑 150파운드 (27만 원)
10. 여행 300파운드 (54만 원)
11. 저축/연금
- 연금(개인 부담분) 230파운드 (41만 4천 원)
- ISA 주식 계좌 100파운드 (18만 원)
- LISA 주택 구매 계좌 800파운드 (144만 원)

총 1,830파운드 (329만 4천 원)


총 3,407파운드 (613만 2천 원)



런던에서 살기 위한 현실 연봉은?

런던의 평균 연봉을 챗GPT에 물어보면 약 £44,370(7,986만 원)에서 £46,380(8,348만 원) 사이라고 한다. 특히나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의 평균 초봉은 £28,600 (5,148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대기업 초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런던의 물가를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이다. (영국의 다른 지역의 연봉 수준은 훨씬 낮다.) 영국은 업계, 직무, 직급에 따라 한국보다 훨씬 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직하면서 보통 연봉이 20% 에서 30%까지 뛰기도 하기 때문에 연차가 낮아도 이직을 많이, 잘 했다면, 한 회사에서 쭉 일해 연차가 높은 사람보다 오히려 연봉이 훨씬 높을 수도 있다.


아래 테이블은 2024년 기준 영국의 연봉에 따른 대략적인 월 실수령액 표이다. (직접 제작했다.) 순전히 세금과 국가 보험만 반영되었고 개인연금은 포함하지 않았다.

2024년 기준 영국 연봉 실수령액 테이블 (기준: 파운드)

나의 한 달 고정비 기준으로만 봤을 때 (1,577파운드) 연봉 30,000파운드인 사람의 실수령액은 2,035파운드(366만 원) 선이니 400파운드 정도만 여유금으로 남는 셈이다. 400파운드(72만 원)로 외식, 쇼핑, 여행 다 해결한다고 가정하면, 사실 런던에서는 조금 많이 빠듯하다. 갓 사회생활을 런던에서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소비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저축액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2,300파운드(414만 원) 정도 월에 지출하게 되는데, 월 실수령액을 기준으로는 최소 35,000파운드(6,300만 원)는 벌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 정도의 연봉이면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런던에서 생활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제 미래를 생각해야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더 나아가 개인연금 + 한 달에 저축을 최소 500파운드(90만 원) 정도는 한다고 생각하면 연봉 50,000파운드(9,000만 원)는 되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런던 평균 연봉이 4.4만에서 4.6만 파운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그 정도는 되어야 미래를 조금이라도 대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나도 2년 전에 워홀 비자로 왔을 때, 45,000파운드(8,100만 원)를 최소 연봉 기준으로 잡고 구직을 시작했고 월 지출에서 주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빨리 모아서 집을 먼저 사려고 한다. 그리고 연봉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고려중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비자 때문에 보류를 한 상황이다.




나의 결론이 자칫 오해를 살까 봐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마다 소비 기준도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런던에 살기 위한 현실적인 연봉'에 대해 어떤 정해진 답을 내리기가 조심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런 솔직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썼다. 다시 한번, 이 글에 쓰인 구체적인 숫자들은 철저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소비를 기반으로 했으며, 사람마다 사는 지역, 생활 방식,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영국에서, 특히 런던에서 구직을 준비하시는 분들, 혹은 영국으로 이주 혹은 이민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런던 생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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