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최고 도파민 팀
영국 틱톡에 조인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은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간 나의 틱톡 입사 후기를 읽어본 구독자들이라면 아마 이해할 것이다. 마음이 힘들어 감정적으로 무너진 시기가 세 번은 있었다. 꾸준히 써오던 글도 한동안 미룰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피땀눈물 흘린 나에게 고생했다고 선물이라도 주듯, 최근 정말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첫 승진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시니어 매니저로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틱톡에 오래 다닌 동료가 입사한 지 1년도 안된 사람이 승진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승진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아직 어려서', '승진 차수가 아니어서'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고, 영국으로 건너와 커리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이 더 멀게만 느껴졌다. 영국에서는 특히 승진을 할 때 직속 상사의 지지와 서포트가 정말 중요한데, 전 직장에서는 늘 성과를 초과 달성하는 고성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속 상사의 벽에 막혀 3년 가까이 승진을 하지 못했다. 틱톡에서는 매년 팀 내 승진을 할 수 있는 쿼타가 정해져 있고 이 마저도 팀의 성과에 따라 쿼타가 있을 수도, 아예 없을 수도 있어서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리더에게 승진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하긴 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지금 팀의 리더는 함께 일을 한 지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상사는 나를 제대로 알아봐 준 것 같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했던 프로젝트들, 그에 따른 성과를 기반으로 나를 승진 후보에 올려줬고, 좋은 퍼포먼스 점수까지 주었다. 틱톡에서는 퍼포먼스 점수에 따라 연봉 인상률과 연간 보너스가 정해지는데,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분 좋은 숫자들을 받게 되었다. 금용치료의 힘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금세 까맣게 잊어버렸다. 무엇보다 열심히 한 만큼 그에 걸맞은 인정과 보상을 받아서 제대로 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
또 새로운 도전
사실 승진 소식보다 먼저 알게 된 더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 나는 이번 주부터 새로운 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 팀에서 틱톡샵 EU 마켓 론칭과 함께 크리에이터 그로스(Growth)를 담당하며 정말 가파른 러닝 커브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예전 직장에서 세일즈 일을 할 때에는 일 보다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 그게 스트레스였는데, 틱톡에 와서는 늘 책상에 앉아 데이터만 들여다보다 보니 밖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던 일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틱톡에 있는 만큼 내가 좀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11월,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열심히 내부 이동 포지션을 찾아봤었지만 내부 면접임에도 쉽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1차 면접에서 탈락하고, 다른 롤들은 서류에서부터 떨어지거나 이미 내정자가 있어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몇 번의 탈락 끝에 두 팔 벌려 나를 맞아준 팀이 있었다. 바로 영국 틱톡샵 뷰티 팀이었다.
틱톡샵의 꽃은 뷰티 카테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작년부터 미국 틱톡을 중심으로 한 K뷰티 트렌드가 영국과 유럽으로 본격적으로 넘어오는 시기였고 그만큼 뷰티 팀도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동료가 다른 카테고리에서 뷰티팀으로 발령이 나서 K뷰티를 맡게 되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말에 뷰티팀에 공고가 났다. 팀에서는 인터뷰 때부터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보였다. 영국 마켓에서 키 어카운트 매니징과 세일즈 경험, 한국 마켓에 대한 이해도, 게다가 크리에이터 쪽 경력까지. (물론 한국어 원어민인 건 덤이다.) 인터뷰어들 모두 정말 좋은 시기에 지원을 해줬다며 나를 얼른 영입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성과 리뷰, 승진, 그리고 팀 이동이 모두 맞물려 혹여나 퍼포먼스 결과나 승진에 대한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나의 승진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리더와 어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물론 내가 팀 이동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리더가 엄청 붙잡긴 했지만, 결국 내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승진은 내가 그동안 잘해왔던 것에 대한 보상이고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며 새로운 팀에 가서도 날개를 펼치라고 했다. 그렇게 4월, 승진과 팀 이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되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틱톡의 도파민 최고 팀
그렇게 이번 주부터 영국 틱톡샵 뷰티팀 내, K-뷰티팀의 Business Developlemt Manager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역할은 K뷰티 브랜드들의 영국 틱톡샵 온보딩을 돕고 틱톡에서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함께하는 것이다.
신규 부서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지만, 다행히 먼저 자리를 잡고 팀 리드가 된 동료 덕분에 정말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복이다. 그 동료가 “K뷰티는 도파민이 넘친다”라고 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정말 그렇다. 우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카테고리인 만큼 회사의 기대도 크고, 그만큼 전폭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둘 다 국가 대표가 된 마냥 모든 책임감을 다 쏟아붓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K뷰티를 성공시킬 플랜과 여러 가지 캠페인, 이벤트를 기획하는 중인데, 아이디어를 쏟아내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이번 주는 정말 이러다 뇌가 터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빴는데 도파민 때문이어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글을 공항에서 쓰고 있다. 부서 이동 발령이 나자마자 한국 출장이 잡혔다. K뷰티 브랜드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첫 출장이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브랜드들을 직접 만나고 영국의 틱톡샵을 소개하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가 영국에서 잘 되는 걸 볼 때마다, 뭔가 괜히 내 일처럼 뿌듯하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적으로 잘 되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인으로서 한국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훨씬 의미 있게 느껴진다. 이 일을 더 잘 해내야겠다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게다가 회사 돈으로 한국을 오가게 될 줄이야. 이건 뭐, 호사 중의 호사다!
새로운 팀은 정말 바쁘고 활력이 넘친다. 웃긴 말이지만 이제서야 내가 진짜 틱톡에 다닌다는 게 실감이 난다. 패션 업계에서 7년, 영국에서 다시 시작한 커리어, 돌고 돌아 이렇게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K-뷰티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까지, 돌이켜보니 다 연결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Connecting dot 이론은 진짜다!) 앞으로 뷰티팀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K뷰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