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기저귀>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주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창피함과 고난을 겪는 주인공 딸을 연기한 김예나 배우를 처음 보았을 때, 그 깊고 강렬하게 빛나는 마치 야수를 연상시키는 눈빛에 압도되어, 나보다 성숙한 분위기에 연상으로서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만나게 된 김예나 배우는, 지난번 인터뷰했던 홍석연 배우의 경우처럼, 오히려 머뭇거리는 듯 어눌하면서도 적은 말수에 색깔이 뚜렷한 자유로운 패션, 생각에 잠기다가 잘 웃음을 터뜨리곤 하는 모습에 소녀, 혹은 그보단 장난꾸러기 소년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반전에서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일지 더 궁금해지고 더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어눌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성장하지 못한 소년, 그보단 여린 소녀 같은 입장에서. 그렇게 영화와 정 반대되는 모습이었지만, 영화 속의 전매특허 같은 야수 같은 눈빛은 여전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녀는 많은 자세한 대답을 주지 못하였다. 내가 너무 어렵게 연기 당시 느낌에 대한 질문을 했었던 것과, 마침 <기저귀> 촬영이 4년 전이라 오래되 그녀 입장에서 회고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그대신 그녀가 그 연기를 본능적으로 표현해 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게 더 배우라면 갖춰야 할 자질일지 모른다. 우리는 현실에서 각본에 맞춰진 대로, 예정된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기에, 여러 다른 인물들의 삶을 살아가고 또 흉내내는 배우라는 직업상, 그 인생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연기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연기가 사실감을 갖게 되는 것일 것이다. 김예나 배우는 확실히 그런 모험을 꿈꾸는 배우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빛나는 강렬한 눈을 가진 그녀라면 그를 분명 증명해 보일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나도 바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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