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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스물 Twenty, Húsz

죽음도, 기억도, 신발에서 시작됐다

죽음도, 기억도, 신발에서 시작됐다, 감각적 초현실주의 미장센 구현, 원죄의 얼룩과 기억


드라마 속에서 신발을 선물하는 남자에게 멀리 도망가라고? 다른 사람 만나라고 신발 사주는 거야? 라는 대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런 대사를 하면 꼭 안 좋은 일이 벌어지거나 신발을 선물 받은 조연이 죽는 그런 장면들이 연출 되곤 했다. 연인 사이에 신발을 선물하면 그 신발을 신고 다른 사람에게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신발을 선물하면 곧 이별한다는 속설인데요. 정말 그럴까요?  


실제로는 같은 신발 두 켤레를 사서 신는 커플들에 의하면 신발을 신고 함께 좋은 길로 가자는 의미, 혹은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 다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1880년부터 붓을 잡고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 선 고흐는 영혼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그의 초상화 만큼이나 유명한 그림, 다 헐어 빠진 이 신발 한 짝이 그의 자화상에 서나 읽을 수 있는 슬픔과 연민, 그리고 삶의 고단함이라는 단어가 생각날까. 어두운 색조의 음울함 속에서 가난과 고통만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신성함과 경건함이 함께 있다. 이 영화는 감각적인, 초현실주의를 미장센을 바탕으로 원 죄를 갚아야 망자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다. 


영화의 시작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개 낀 눈 밭을 맨발로 걷는 한 늙은 노인이 망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놓은 다리를 건너는 그 순간에 신비한 눈동자를 지닌 어린 소녀가 나타나서 그가 신발 없다는 이유로 다리를 건널 수 없다고 돌아가라고 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관객에게 혼란을 주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청년은 버려진 광산에서 깨어나 걸어가는 집이 보이고, 그 집을 두드리자 안에서 나오는 노부인,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다. 노부인은 신발이 더럽다고 하는 청년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한다. 노부인을 만난 뒤에 남자의 과거 젊은 시절에 실뜨기 놀이를 하다가 강압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아이를 밴 여자에게 스물까지 세라고 하고는 도망쳤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상하게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남자는 같은 인물이다. 잊었던 기억에 놀란 청년은 노부인의 집을 달아나려고 하는데, 신발이 없는데?. 라고 말하는 노부인, 노부인이 바로 그 과거가 자신이 버리고 도망친 임신한 여자의 늙고 초라해진 모습이다. 


남자가 도망치고, 홀로 남겨졌던 여자는 배가 자꾸 불러오자, 아이를 지우고자 양잿물을 마시고, 끔찍한 양의 식초를 들이켜고, 어떤 여자는 화약을 먹으라고 했다. 산파는 바늘로 여자의 배를 찌르는 고통을 주며 낙태를 한다. 놀란 청년에게 자신의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노부인, 여자의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는 순간 영화는  현실 세계도 죽음의 땅도 아닌 망자의 여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진실과 잘못들, 지난날의 원죄를 마주한다. 청년은 자신의 원죄인 노부인을 데리고 죽음의 강으로 다가오고, 노인은 자신의 원죄인 노부인의 어린 시절 소녀를 끌고 온다. 이제는 신발이 있기에 망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노인의 신발을 들고 있는 건 소녀이기 때문이다. 스물이라는 숫자는 두 사람이 원죄가 극복 될 수 있는 숫자이다.


스물이라는 숫자 때문에 남자는 도망하였고, 여자는 원치 않는 아이를 낙태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노인과 청년을 오가며 초 현실적인 미장센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원죄를 정신없이 교차 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평행한 현실이 접하고 여러 타임 라인이 나타나는 변화된 의식 상태의 개념을 취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을 쫓는 꿈 같은 스릴러 구조를 띠고 있기에 긴장감이 더한다. 우리는 자신의 죄에 맞서야 할 때 고통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현실적인 이미지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다. 스물이라는 것은 청년이 여자에게 도망칠 때 수단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청년이 스스로 원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물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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