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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트랩트 Trapped (2018)

3분이 채 되지 않는 찰나의 반복


3분이 채 되지 않는 찰나의 반복, 어쩌면 어수룩한 러브스토리 #트랩트(Trapped)


무겁게 짐을 든 여자를 툭 치고 지나간 남자, 어느 문 앞에서 '덫'에 걸린 듯 빠져나오지 못하고 맴돈다. 앞으로 걸어도, 뒤로 걸어도, 뛰어도, 방향을 바꿔도, 짜증 내봐도 벗어날 수 없는 시공간에서 한 여자를 만나 잠시 빠져나온 남자, 다시금 그 시공간의 덫에 빠져버린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대사 하나 없이 진행되는 이 단편은 오묘하다.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공간에서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라진지 오래.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는 주인공을 보며 이상하게도 프레임 바깥의 우리들이 더 다급해진다. 실상 러닝타임으로 따지자면 주인공의 제자리걸음은 약 1분 30초로 짧은데 그보다 오래 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대사 없이 배경 음악과 주인공의 표정, 행동으로 보여지는 까닭에 마치 지켜보는 이들이 '덫'에 걸린 것처럼 몰입했기 때문일 터. 지쳐버린 주인공 앞에 여인이 나타나 손을 내미는 순간,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함께 설레게 된다. 드디어 남자가 빠져나갈 때인가 하고.  


그런데 잠깐, 이 여자... 다름 아닌 남자가 '덫'에 빠지기 직전 무심히 치고 지나간 그 여자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나 쇼핑백을 들어주며 공간을 빠져나가는데, 무사히 벗어난 줄 알았던 남자가 다시 '똑같은 시공간의 덫'에 빠지는 걸로 영화는 끝난다.'끝없이 반복되는 덫'과 남녀로 짧게 풀어낸 이 단편은 상상의 여지가 많아 다 보고서도 몇 번을 반복해서 보게 될 만큼 여운이 길게 남았다. 상상에 따라 여러 스토리로 펼쳐볼 수 있을 듯한데 필자의 경우 이 이야기야말로 어수룩한 러브스토리의 비유라고 생각했다. 


언제 어떤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는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되기도, 원수를 엮어주기도, 첫눈에 반하기도 하는 등 모양새가 다 다르지만 본질 만은 똑같다. 서로 다른 이들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만큼 어수룩하고 어설픈 점 투성이라는 사실. 서로의 템포와 온도를 맞춰가는 나날은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덫' 속을 맴도는 것만큼 갑갑해 금방 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지만, '덫'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는 찰나의 순간 만은 지독하게도 달콤하니 어쩌면 '어수룩한 사랑의 덫' 속으로 우리는 스스로 날아 들어와 걸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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