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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Sep 08. 2023

올 것이 왔다

오늘의 인생(20230908금)

이번 주에 올 것이 왔다. 월요일에 올해 64세밖에 안 되신 작은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화요일에 13개월 된 막내가 고열(예상은 하고 있었지만)로 어린이집 등원을 못 했다. 목요일에는 3년 동안 잘 버텨왔는데, 그만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아, 이런 잘 버텼는데.‘


월요일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작은아버지 장례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 밥을 챙겼다. 화요일은 휴가를 낼 상황이 아니어서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했다. 그런데 종일 밖에서 그것도 땡볕에서 현장 활동을 했다. 저녁 6시에 퇴근이나 피곤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회사에서 잠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작은아버지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자정까지 사촌 동생과 함께 빈소를 지켰고, 새벽 3시쯤에 집에 도착했다.


다음날 막내의 고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나는 작은아버지의 발인에 참석하지 못했다. 막내와 함께 소아과 갔다 왔다. 집에서 대기하다가 작은아버지가 마루공원에 도착할 때쯤 막내와 함께 출발했다. 작은아버지가 납골당에 잘 안치된 것을 보고 집으로 다시 출발했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했다.


‘어제 새벽까지 밤을 새워서 그런가?’


그냥 넘겼다. 그런데 혜경스가 퇴근 후부터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면서 고열이 시작되었다.


‘38.5도‘


이렇게 열이 오른 적이 없었는데. 오한이 오면서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카디건을 걸치고, 이불을 세장을 덮고 잠을 청했다. 고열 때문인지 머리가 너무 아팠고, 목이 너무 칼칼했다.


다음 날 혜경스 또한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네 아들을 챙기고, 명동으로 출근했다. 퇴근한 혜경스는 아침에 벌어진 일을 내게 말했다.


’아차산역에서 쓰러졌다고, 다행히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줘서 앉았어. 그리고 군자에 내려서 잠시 쉬었다가 갔지. 뭐.‘


‘이 이야기를 듣는데, 왜 이리 미안한지…. 에고...’


엄마가 죽을 사서 왔다. 아마도 혜경스가 연락을 한 것 같다. 죽을 먹고,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왔다. 역시나 코로나였다. 약을 한 움큼 타서 집에 도착했고, 엄마는 큰누나가 사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금세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프니까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고맙다. 잘해야 하는데 말이다.‘


우선 약을 먹으니, 열은 내렸다. 어제보다는 조금 살 만하다. 아차. 어제가 ‘사람책’ 하는 날이었는데, 극적으로 3명이 모집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상당히 아쉽다.


그나저나 지금쯤 작은아버지는 울 아버지, 큰아버지, 막내 고모, 둘째 큰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천국에 잘 도착했겠지. 그런데 다들 한 마디씩 했을 것 같다.


’왜? 벌써 왔냐?’


작은아버지(삼촌)와의 추억이 꽤 많았는데. 작년에 막내 낳고, 전화했을 때 ‘삼촌이 좀 아파‘라고 말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때 찾아뵀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삼촌의 아픈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중환자실도 사진 보지 않았다. 좋은 모습, 건강한 삼촌의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서.


’왜 눈물이 날까?‘


울 아버지 돌아가실 때도 울지 않았었는데.


’삼촌, 천국에서 우리들 잘 있다고 울 아버지한테 소식 좀 전해줘요. 삼촌. 고마웠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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