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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May 22. 2020

나의 쓸모가 의심스러울 때 나는 튼튼이에게 간다

튼튼이의 쾌변을 위해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나의 마음에는 불청객이 종종 찾아온다. 멋대로 찾아온 불청객은 불이 붙듯 삽시간에 내 마음을 장악한다. 자괴감이다. 주변의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남들은 잘 살아가는데 나만 엉망으로 살고 있다는 자괴감, 여러 얼굴을 한 자괴감이 나를 찾아온다. 자괴감은 나의 마음을 갉아 . 자괴감이 갉아먹은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자괴감은 나말고도 많은 이들을 찾아가는지, 위로의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고,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순간에 공중을 떠다니는 위로의 말들은 그다지 힘이 되지 않는다. 이름 없는 말들 보다는, 내 이름이 적힌 분명한 증명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최악이 아니라는 증명.


  그럴  나에게는 튼튼이가 구원자다. 튼튼이에게 산책  가달라고 한다. 튼튼이와 산책을 하는 모든 순간 나는 느낄  있다. 내가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할  있다는 위로를 받는다. 산책을 가기 위해 목줄을 챙기고, 신발을 신고, 문을 여는 나의 모든 행동 튼튼이는 기뻐한다. 나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이렇게 행복해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산책은 튼튼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쓸모가 의심스러울  나는 튼튼이에게 간다.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있는 사람인지 궁금할  나는 튼튼이와 함께 산책을 간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는  같은 기분이   튼튼이는 내게  번째 위로다.


  산책할  보여주는 튼튼이의 행복한 모습이 고맙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연인과의 데이트가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   좋아하던 식당에 가서도 싸우는 날이 있고, 모두가 극찬하는 데이트 코스에도 실망할  있다. 사람의 일에서 실패 확률 0% 없다. 그렇지만 튼튼이는 산책할 때마다 어김없이 행복해한다. 실패 확률 0%.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변함없이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고 기다려주는 존재는 부모님 이후로 처음. 위로의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말이 없는 튼튼이에게서 힘을 얻는다.


  나는 이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산책만 해줘도 고마워하는 튼튼이를 보니 내 옆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고마워할 일이 많다는 걸 알았다. 뜻하지 않게 자괴감이 찾아온 내 옆의 누군가에게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 튼튼이가 내게 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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