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리번 두리번

by 박진현

2023년. 내 나이 28살.

나는 키 180cm에 프로 역도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아주 건장한 남자다.

책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꽤나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남자였다.

집은 없지만 괜찮은 세단도 있었고 직장도 있었다.

물론 자동차는 렌트카였고 월 80만원이 지출되지만 그럴 여유도 있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100일만에 합격할 정도니 머리도 나쁘지 않았다.

나보고 못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괜찮은 남자', '나쁘지 않은 남자'라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30살 이전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이상하게도 2023년도 9월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강하게 떠올랐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매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꿈도 꾸었다.

당연히 배우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날부터 내가 한 일은 밖에 나갈 때마다 온종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일이었다.

마산에서 올라온 시골 촌 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배우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교회, 직장, 크로스핏 체육관까지 나의 하루에 나와 스치는 모든 여자를 유심히 보았다.

나의 배우자가 되면 어떨까는 생각에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여자가 나를 스쳐 지나갔지만 단 한 명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내가 30살이 되기까지 딱 1년하고 3개월이 남았었다.

그 안에 결혼을 해야 했다.

물론 의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결심을 했다.

1년 3개월 만에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단계들을 적어보았다.


1. 여자 만나기

2. 서로 알아가기

3. 고백하기

4. 연애하기

5. 서로의 부모님 만나보기

6. 서로의 친구 만나보기

7. 결혼 결심하기

8. 서로의 사생활과 경제 상황 오픈하기

9. 프로포즈 하기

10. 서로의 부모님께 결혼 동의 구하기

11. 결혼 반지 맞추기

12. 상견례하기

13. 결혼식장 구하기

14. 웨딩 드레스

15. 웨딩 촬영

16. 메이크업

17. 양가 부모님 예복

18. 예물

19. 신혼집

20. 청첩장 만들기

21. 청첩장 돌리기

22. 신혼여행 예약하기

23. 결혼.


하... 이 많은 것을 한 달에 하나 씩 해도 1년 3개월은 참으로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이상한 기적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