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5
흔히 우리는 세상 속 모든 것을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기준에만 입각해 판단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는 아니지요, 결국 우리 모두는 어떨 때는 편견, 어떨 때는 '빅데이터'라는 이름의 고정된 관념 속에 갇혀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칭 시점에 갇혀있는 인류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그런 고정관념들은 꽤나 편리할 때가 많습니다. 나라의 대소사를 관장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창한 것을 위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크고 작은 것들에서도 사실 우리는 스스로가 살아오면서 쌓아 온 고정관념을 알차게 활용하니까요. 간혹 예를 들자면, 길을 지나가다가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은 대부분 도를 믿습니까 일 확률이 높고, 한쪽 팔뚝이나 등에 커다란 이레즈미 문신을 새긴 사람들은 양아치 조폭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뭐 이런 것들이요.
실제로 이 말들은, 옳지 않은 문구들입니다. 정말 순수히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진 분이 길을 물어본 것이었을 수도 있고, 타투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타투이스트 분들이실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할지라도, 마치 어부가 뿌린 어망 속 수중 우리와 같이 매스미디어와 커뮤니티 사이트 속에서 생성된 아슬아슬한 고정관념과 편견의 테두리 속에 사람들을 가둡니다. 그게 편하거든요. 내가 저 사람들을 별 볼 일 없는 이유로 순수하게 혐오하는 것보단, 많은 사람들이, 표본들이, 너희 같은 사람은 걸러야 한다면서 같이 손가락질해 주니, 굳이 내가 나쁜 놈, 나쁜 년이 되지 않아도 너희들을 혐오할 수 있겠구나,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뭐 이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고정관념, 편견에서 비롯된 혐오의 군집들은, 거리를 나뒹굴고 사람들의 두뇌 속 뇌수를 빨아먹으며 점점 더 그 덩치를 키워나가게 되지요. 특정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전부 헤프다더라, 특정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전부 미친 또라이 변태라더라,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전부 이렇고, 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부 어떻다더라, 이런 식의 그 어떠한 정확한 데이터 표본도 없이 만들어진 ‘빅데이터’라는 탈을 쓴 혐오는, 결국 단순히 몇몇의 인간 군상을 흠집 내는 것을 넘어서서 결국 한 집단을, 또한 한 세대 전체를 공격하게 됩니다. 참 웃기죠? 결국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도 분명 저 ‘빅데이터’ 속 어딘가에는 속해있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어떤 한 거대한 집단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혐오, 즉 ‘빅데이터’ 덩어리는, 이제 그 몸뚱이를 조각조각 내 개인들에게 던져지게 됩니다. 저 여자는, 저 남자는, 저 가족은, 저 사람은, 성별이 어떻고 국적이 어떻고 나이가 어떻고 정치 성향이 어떻고 출신이 어떻고 대학이 어떻기 때문에 욕을 먹어야 하는, 혐오를 당해야 하는 사람이 돼버리는 겁니다. 왜냐고요? ‘빅데이터’가 그렇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그때가 오면, 단순히 누군가를 꺼린다거나, 아니면 실체가 없는 인터넷 등지 속에서 깎아내리는 정도가 아닌, 실생활에서 그 ‘빅데이터’의 날카로운 편린을 들고선 누군가를 찌르는 시점까지 오게 되면, 결국 그것들이 다 업보가 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영포티-이대남, 한남-한녀, 토착왜구-종북좌파, 이런 혐오 표현들이 서로서로 대척점을 이루어 안티테제로써 작용하듯이, 내가 누군가를 ‘빅데이터’를 통해서 깎아내리면, 그 사람도 나를 다른 ‘빅데이터’를 통해서 깎아내리는 것이지요. 결국 날이 든 혐오의 칼날로 내려찍은 내 손에 묻은 피는, 그 사람의 것뿐만 아니라 나의 선혈 또한 같이 묻어있게 되는 겁니다.
저라고 살면서 혐오 표현, 욕지거리, 뒷담 이런 것들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겠습니까. 저도, 특히나 유튜브로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여과 없이 받아드리게 될 수밖에 없는 청소년기에는, 심하다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은 종자였습니다. 믿음직스럽지 않은 헛소문에 이끌려 어떤 누군가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뒤에서 심하게 욕한 적도 있고, 그 사람의 인격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모독한 적도 있었으며,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을 함부로 입에 담은 적도 있었지요.
그런 표현들을 쓰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더러운 말들로 욕하면, 무언가 내가 다수의 인정을 받은 ‘빅데이터’ 속 정상인으로서 그 사람들의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참 한심하고 비루한 작태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먹은 제가 감히 한 번 말씀드리자면, 굳이 이런 죄의식, 죄책감, 업보를 짊어지면서, 내가 언제 다른 누군가들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단, 아, 내 행동이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었구나, 라는 간단하고도 쉬운 인정 한 번, 그 인정과 너무나도 늦어버린 참회 한 번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이 시작하시고, 또한 동참하신다면, 결국 언젠가,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덩치를 불려 가는 저 혐오의 ‘빅데이터’ 덩어리가, 어느순간 해변가의 모래성과 같이 파스스. 무너질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