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식 물음표 ; 에 대한 고찰

2025-11-23

by 고찰

여러분들은 혹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도 자주 돈다는 해당 밈을 아시나요? 원수가 작성한 코드 중 세미콜론 ; 를 전부 그리스식 물음표 ;로 바꾸어버리고 싶다는 밈 말이죠.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로써의 세미콜론은, 코드 사이사이의 구문을 구문별로 구분 짓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마침표 역할을 하는데, 이 세미콜론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 에러를 일으키게 되는 코드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렇기에 원수의 프로그래밍 코드의 세미콜론을 전부 그리스식 물음표로 바꾸어버린다는 말은, 너의 코드에 에러 폭탄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숨겨놓겠다! 라는 일종의 귀여운 저주 같은 것이죠.


근데 참, 한 편으로는 신기하지 않나요? 두 ; 기호 전부 생김새도, 또 우리가 눈으로써 받아드리는 정보도, 전부 똑같은데, 컴퓨터가 읽어드리는 문자 감별 코드의 일종인 유니코드의 차이 때문에, 컴퓨터 기기에서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기호로써 인식된다는 사실 말이죠. 근데 또 막상 생각해 보면, 그리 엄청나게 신기한 것은 또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도 수도 없이 많은 닮은꼴들을 목격하죠.


연예인 닮은 꼴, 정치인 닮은 꼴, 운동선수 닮은 꼴… 그 닮은 꼴들이, 다 그들이 유사하게 생긴 대상과 비슷한 삶을, 혹은 비슷한 기질을 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들이 닮은 꼴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별칭이 오로지 그 외모 혹은 외적인 분위기의 유사성에 기반되어 지어진 별명이기 때문일 겁니다.


닮은 꼴이라는 별칭이 외모지상주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사실 어떻게 보자면, 상대적으로 화려하고 미려한 외모를 가진 연예인들과 닮았다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서 칭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칭찬이 확실히 맞지요.


다만, 누군가에게는 연예인 A를 닮은 닮은 꼴 일반인 B가,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딸, 친구, 연인 B이고, 그 사람들에게는 연예인 A가, 일반인 B의 닮은 꼴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실 한 구석에 틀어놓은 티브이를 보다가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다가 또 우연히, A가 화면에 나왔을 때, 누군가는 ‘A랑 닮은 꼴 B가 있을 때 딱 마침 A가 화면에 나오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어, 이 사람 B랑 닮았네?’ 라고 외칠 수도 있겠지요.


그렇기에 더욱이, 다시 원래대로 그리스식 물음표 ; 와 세미콜론 ; 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저는 그리스식 물음표가 가짜 세미콜론, 짭미콜론 같은 별칭으로 불릴 때, 한 편으로는 웃기다가도, 또 무언가 괜스레 희한하고 찝찝한 기분이 제 가슴 속 어딘가 오리무중의 공간 한 켠을 쿡. 쿡. 찔러댑니다.


전 세계 모든 인류들, 특히나 프로그래머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그저 짭미콜론으로 전락한 그리스식 물음표가, 막상 남유럽의 어떤 한 섬과 신전, 올리브와 포도, 그리고 요거트와 전설 속 신화의 나라에선, 그들의 일상 속 그 수를 셀 수도 없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일 거로 생각하니, 기분이 묘한 것이죠.


그들은 우리가 짭미콜론이라 일컽는 ; 를 가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나를 향한 사랑의 의중을 물어보며, 돌아오겠다는 한마디의 짧은 인사만을 남기고 떠난 연인, 혹은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며, 가슴 아픈 이별, 새로운 축복, 신비로운 첫 만남을 시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누군가의 마침표 . 앞에, 그 사람과 영원을 함께 해주었던 모든 사람들의 평안과 행복을 신에게 질문하기 위해서, 그리스의 사람들은, 그곳의 인류들은, 새하얀 목재섬유 조각 위에, 차가운 철제 컴퓨터 위에, 그리고, 형형색색의 빛으로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을 그들의 심장 위에,


세미콜론 ; 대신, 그리스식 물음표 ; 를 새겨넣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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