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씬깜언 하노이

by 용감한 잇프제이

2년 간의 베트남 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곳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한동안은 베트남에서의 특별했던 경험을 틈만 나면 이야깃거리로 삼았고, 나의 마음은 여전히 하노이에 있는 듯했다. 그러나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나와 아이들은 한국 생활에 금세 동화되었고, 열심히 익혔던 베트남어도 하나둘씩 잊혀져 갔다.

처음에는 베트남에서의 특별했던 교직 생활을 중점으로 글을 쓰려했던 건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 교사로서 조금 특별했던 나의 이력을 소재 삼아 나의 교직생활을 차곡차곡 정리해 보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니 어찌 보면 무식할 정도로 용감했던 나의 수많은 선택들이 응집해 베트남 지원이라는 한방을 쏘아 올린 것처럼 정리가 돼버렸다.


하노이로 떠나기 전 나의 삶은 고단했다.

조급함이나 예민함, 그리고 피로감도 극에 달았던 힘든 시기가 분명했다. 우리 몸에서 부족한 영양분이 있으면 본능적으로 그 영양분이 함유된 음식이 당기는 것처럼, 내가 베트남을 지원한 건 어찌 보면 나 자신을 위한 본능적 선택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삶은 하노이를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고 못난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 느꼈던 조급함이나 예민함은 많이 무뎌졌다.


하노이에서 36층에 살았던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속이 터져 죽을 뻔한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1층까지 내려가기 위해 거짓말 조금 보태면 서른다섯 번을 서야 했던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문이 열릴 때마다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다 문득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화를 내고 있는 건 한국인들 뿐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런 우릴 보고 웃는다. 그럼 또 웃는 베트남 사람들 때문에 한국인들은 다시 화가 난다. 무엇이 그렇게 조급하고 화가 나는 걸까. 그래봤자 엘리베이터는 빨라지지 않는데.

생각해 보면, 같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고 있든 웃고 있든 어차피 도착하는 시간과 내리는 곳은 같다.

다만 문이 열리자마자 제일 먼저 뛰쳐나가는 사람은 있겠으나 그건 부질없는 차이다.

의미 있는 차이라면 1층까지 내려오는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내내 심술을 부렸고, 누군가는 평온한 여유를 가졌다는 것이다. 결국 후자가 승자인 셈이다.


삶의 끝은 결국 누구나 똑같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층마다 멈추는 엘베레이터처럼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 의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나 또한 그렇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운행 중이다.

층마다 문이 열릴 수도, 운 좋게 여러 층을 한꺼 번에 건너뛸 수도 있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카운트 다운되는 숫자만 노려보며 문이 열릴 때마다 한숨을 내쉬지 않는다는 거다. 멈추지 않고 쉽게 지나갈 땐 감사할 줄 알고, 멈췄을 땐 뒤로 조금 물러서서 내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나를 만들어 준 하노이에 정말 감사한다.

씬깜언 하노이!


대한민국 교사이자 워킹맘으로서 조금은 특별했던 나의 이야기를 이쯤에서 마치려한다.

몰론 나의 문어발식 인생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래서 지금도 남은 인생에 또다른 한방을 쏘아올리기 위해 오늘을 신중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더 특별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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