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극사회를 위하여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의 타격감속에서 나를 찾

by Park parks at the park

자극속에서 길을 잃다.

요사이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듣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개개인별로 다른 것들에 관심을 두고 보고,듣고 살겠지만 대체로 최근의 우리 사회는 가히 끊임없는 자극의 홍수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는 선정적인 뉴스 제목,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사고와 그에대한 끔찍한 반응들,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SNS에서는 매일같이 극단적인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방송에서는 시청률을 위해 더욱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미디어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자극 중독'의 징후를 보여준다.


무감각해지는 감각


인간의 뇌는 지속적인 자극에 적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 적응(stimulus adapt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던 뉴스나 사건도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점차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는 마치 향수의 향이 처음에는 강하게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로인한 결과로서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충격 역치'는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사건들도 이제는 단순한 '일일 뉴스거리'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무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치 카페인을 흡수할수록 더 많은 카페인을 투입해야 이전과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또한 마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마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회복탄력성의 약화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자극 과잉이 인간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고강도 자극에의 노출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정서적 회복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과도한 자극에 노출된 사람들이 일상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높아지며, 이는 결과적으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무자극 사회를 향한 치유의 길 :

고전으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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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자극화(de-stimulation)'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고전 읽기가 아닐까.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와 지혜를 담고 있으며, 차분히 사고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같은 고전들은 현대 사회의 자극적인 콘텐츠와는 달리,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을 요구한다. 이러한 텍스트들은 우리의 뇌를 다른 방식으로 자극하며, 더 깊은 차원의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


자연과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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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치유 방법은 자연 속에서의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 연구들은 자연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스트레스 감소와 정신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숲 치유(Forest Therapy)'는 회복탄력성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신린요쿠(森林浴, 숲 목욕) 연구에 따르면, 숲에서 보내는 시간은 코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자연 속에서의 고독한 시간은 자기성찰과 내적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도시에 산다면 힘들여 자연을 찾는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도시 근교의 산책로나 공원에서도 충분히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온전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없이, 순수하게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느끼며 걷는 것만으로도 큰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의 실천


또 다른 무자극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정기적인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가질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휴대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하루종일 끼고 살면서 우리는 그 모든 자극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자극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하루 중 특정 시간대를 정해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기 사용 중단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뻔한 얘기이지만 실천하지 어려운 것이고, 그만큼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깊이 있는 독서의 습관화


매일 30분이라도 고전이나 양질의 도서를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듯 읽는 것이다. 독서 일지를 작성하거나,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없음으로서 충분함을 향유하기 위하여


자극 과잉 사회에서 무자극 사회로의 전환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질 수 없다. 이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의식적인 노력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진정한 무자극 사회란 자극이 전혀 없는 사회가 아니라, 건강한 자극과 불건강한 자극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회를 의미한다. 고전 읽기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사고와 풍요로운 감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강한 자극'이 아닌 '더 깊은 의미'를 추구해야 할 때다. 무자극 사회를 향한 첫걸음은 바로 지금, 우리 각자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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