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에서 필명으로, 다시 필명에서 본명으로
필명은 의상일까, 그림자 일까, 아니면 그저 잠시 빌려 쓰는 다른 이름일까.
필명을 가져보았다.
내 이름을 드러내는 게 쑥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럴듯한 이름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민고민하다 '미라인'으로 지어봤다.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왠지 모르게 궁금증을 남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은 혼자서 흐뭇했다. 전업 작가처럼 나도 다른 이름을 가졌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분들이 내 글로만 만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흥분되었다. 이런 기분 때문에 필명을 가지는 걸까.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자, 필명이란 게 나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입었다가 벗고, 다시 입는 옷 같기도 하고,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도 여겨졌다. 내 글이 나에게서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나를 알던 독자들도 '김승월의 글'이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걸 기대한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그러고 보니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브런치에서 프로필 이름을 바꾸려면 바꾼 지 한 달이 지나야 한다. 한 달이 되는 날, 자정이 지나자마자, 나는 내 이름으로 문패를 바꾸어 달았다. 아니 내 이름을 찾았다. 떼 낸 문패를 버리긴 아쉽다. 모처럼 만든 필명은 이름에 맞는 글을 쓸 때 내 걸 것이다. 언젠가 동화를 쓰게 되면, 내 이름보다는 그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번 일을 나의 잠깐의 실수 또는 해프닝으로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해 본 것이 내겐 소중하다.
이름은 왔다 갔다 했지만, 글은 같은 방향으로 걸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승월의 브런치북, 보이지 않아서 보이는 것들,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된 이야기들을 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