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Jul 25. 2023

아이바오를 쓰다듬는 사육사처럼

서로에게 손 내밀기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7월이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와서 사육사들의 정성 가득한 보살핌을 받는 자이언트판다 ‘아이바오’가 새끼를 낳았다. 3년 전 ‘푸바오’를 낳고 올해 7월에는 쌍둥이를 낳았다. 유튜브에 출산 과정이 공개되었다.  

   

판다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직접 영상을 본 것은 처음이다. 

쌍둥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말은 하지 못해도 숨 쉴 때나 몸의 자세를 바꿀 때 힘들어 보인다. 내가 분만실에서 8일 동안 진통하면서 아이만 생각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몸은 아픈데 내가 힘들다고 도망칠 구석은 없었다. 아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본능만 작동했다. 내가 그 시간을 겪어서인지 아이바오의 출산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모으게 되고 애잔하다.     


숨을 헐떡이던 아이바오는 양수가 터지자 자기 몸을 핥으면서 출산 준비를 했다. 180g의 아기 판다가 태어나자 얼른 입으로 물어서 자기 품에 안고 핥아 준다.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의 본능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감탄이 나온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뭉클하다. 쌍둥이 첫째를 출산하고 핥아주다가 다시 진통이 시작되고 한참을 힘겨워하던 아이바오가 140g의 쌍둥이 둘째를 출산했다. 어미 아이바오의 큰 몸집에 비해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는 아기 판다가 신기하다. 

     

You Tube "말하는동물원 뿌빠TV" 캡처

사육사가 물그릇을 받쳐줘야 물을 먹는 모습은 안쓰럽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바닥에 기대서 받쳐주는 물을 먹는다. 신뢰하는 이에게 사랑받으려는 것 같아 웃음이 나기도 한다. 고생했다며 사육사가 몸을 쓰다듬으니까 안심되는지 가만히 있다. 힘들 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은 버텨내는 힘이 된다. 백 마디 말보다 강한 사랑의 기운이 전달된다.  

    

출산하고 제 몸 가누기도 버거울 텐데 아기 판다가 우는 소리를 내면 몸의 자세를 바꾼다. 혀로 핥아주고 품에 꼭 안고 있는 모습이 사람의 모성애와 다를 바가 없다.   

  

판다의 출산을 사람과 비교하면 40주가 아니라 28주 만에 태어나는 조산이라고 한다. 비글 개와 견주면 뼈가 70%쯤 발달한 상태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100kg이 넘는 자이언트판다가 100~200g의 작은 새끼를 낳는다. 판다의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는 시기가 출산 30일 전이라 어미의 뱃속에서 세포분열을 하며 자라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판다는 잠을 많이 잔다. 다른 곰들보다 기초대사량이 적다고 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이 적어서 잠을 많이 자는 모양이다. 아이바오가 하루에 먹는 대나무의 양이 20kg 넘는다는데 자다가 깨서 먹고 또 자고 일어나서 먹는다. 100kg이 넘는 몸을 유지하려면 주식인 대나무를 자주 먹으면서 쉴 수밖에 없나 보다. 

    

판다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많이 자고 먹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암컷 판다의 가임기가 1년에 한 번이고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있어서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도 낮다.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판다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출산하는 과정은 숭고했다. 

쌍둥이를 출산하고 초반에는 사육사가 입에 넣어주는 죽순을 먹더니 시간이 지나자 사육사가 아이바오의 팔에 올려놓은 죽순을 먹는다. 죽순 중에서 맛있는 부위만 먹으려고 하고, 연한 잎만 골라서 아이바오의 입에 사육사가 대줘야 먹는다. 사육사가 몸을 쓰다듬으면 편안해 보인다. 출산의 긴장과 고통을 내려놓고 안전을 확인하는 듯하다.

     

사육사의 정성 가득한 보살핌은 잔잔한 미소가 피어나게 한다. 이미 본 영상을 다시 봐도 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생명의 고귀함이 느껴진다. 사육사가 쓰다듬어 주면 느긋하고 편안해하는 판다의 모습처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7월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아끼는 손을 내밀면 좋겠다. 물이 필요한 이에게 물그릇을 받쳐주는 손, 위로가 필요한 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

You Tube "말하는동물원 뿌빠TV" 캡처

* 표지사진: You Tube "말하는동물원 뿌빠TV" 캡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