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즈'라는 고양이 ㅡ 1

찍찍이


한창 공사 중인 자재 더미 속 내가 있었다. 엄마는 길고양이이며 형제자매는 4명이었으나 난 참으로 약한 존재로 태어났다.


자재를 들썩 거리는 바람에 놀란 엄마는 나만 빼고 다 입으로 물고 다른 곳으로 데려가버렸다. 나는 너무 약해 버려졌는지도 모른다.


여기 공사장 건축주는 어미가 데려가길 바라는 마음에 그대로 덮어 놓았다.


아무리 울어대도 어느 누구 하나 오지를 않았다. "엄마~~~ 엄마~~~" 끝없이 찍찍대며 울어도 길고양이 엄마는 더 이상 나타나질 않았다.


다음날, 자재를 살짝 들쳐 본 건축주 아빠는 아직도 혼자 발발 떠는 날 데리고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데려갔다. 혹시나 생명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면서...


이렇게 난 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시내에서 부동산을 하는 엄마는 늘 바쁘셨고 오빠와 언니가 있었지만 식구들은 대체적으로 바빴다. 그리고 크림이라는 포메라니안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다들 날 무척 좋아했다.


내가 태어났던 건축 현장은 전원주택을 짓는 중이었다. 건축을 하는 아빠가 인부를 데려다가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고 다 지어지면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이사 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건축 자재 속에서 내가 태어난 것이다. 따뜻한 봄 4월에...


난 젖을 떼지 않은 상태였고 눈도 못 뜨는 생후 3~4일 정도밖에 안 된 아기였다.


엄마가 긴급하게 고양이 분유를 사 왔고 그에 맞는 젖병도 함께 사 왔다. 난 허겁지겁 우유를 받아먹으며 끝없이 앵앵거렸다. 아니 찍찍거렸다.


우유 꼭지 구멍이 너무 작아 아무리 빨아도 양이 적어 더 앵앵거렸을 수도 있었다. 엄마는 칼로 더 많이 나오게 꼭지를 잘라버렸다. 그 바람에 이젠 콸콸 쏟아졌다. 벌컥벌컥 나오는 우유는 이제 감당이 안 됐다.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이런 상황이 엄마도 나도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름이 '크림'이란 강아지가 있었다. 그 덕분에 난 '치즈'라는 이름을 얻었다. 언니가 붙여줬다. 일명 '크림이 와 치즈' 단짝이 되라고....


검고 흰색의 얼룩무늬 고양이인 난, 외모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치즈'란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이다.


하도 찍찍거리며 울어대니 순간 찍찍이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바들바들 거실 바닥을 기어 다녔고 눈도 못 뜬 주제에 사람 소리 나는 곳으로 기어 가 손에 안겼다.


난 이때가 어른 두 손안에 쏙 쌓일 정도의 작은 크기였다.


크림이는 처음엔 깜짝 놀라하더니 점차 나를 아기인 줄 알고 나를 핥아주었다.


꽁무니를 핥아 주니 소변도 보고 똥도 눈다. 참 희한했다. 길고양이 엄마가 있었으면 크림이처럼 그렇게 해줬겠지?


앞으론 크림이 오빠라고 해야겠다.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니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소리로만 듣다가 희미하게나마 사람들을 보니 모두가 엄청 컸다.


바닥을 기어 다니다 소파 밑으로 들어갈 뻔, 엄마가 얼른 막아준다.


우리 집식구들은 모두 아침 되면 출근 또는 학교에 간다. 그래서 난 혼자 있어야 할 처지지만 하루에 우유도 4번 먹어야 해서 엄마가 라면박스에 담아 부동산으로 날 데리고 출근을 했다.


데스크 위에 내려놓고 우유도 주고 물 티슈로 항문을 톡톡 건드려 주면서 오줌도 똥도 싸게 해 줬다. 아무래도 이런 행동이 신기하고 재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도 하루 종일 찍찍거렸다. 내 이름은 '찍찍이' 어릴 때 애칭이지만 그 당시엔 딱 맞는 이름이었다. 야옹 소리도 못 내는 그런 어린양이었다.


부동산엔 엄마 혼자 근무해서 다행이었다. 올라올 수 없는 박스에 나를 두고 근무를 했다. 집 보러 나갈 땐 혼자 박스 안을 맴돌았다. 때가 되면 우유를 타서 먹여줬다.


낮엔 그렇게 보내고 저녁에 집엘 가면 온통 내 세상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구석구석을 다니며 비틀비틀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크림이 오빠 때문에 구석에 있을 수도 없었다.


입으로 물고 냉큼 밖으로 데려 나오니 난 더욱 찍찍거릴 수밖에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난 점점 익숙해져 갔다.


생면부지의 가족을 만나 한 식구가 된 것이다. 참 감사한 가족이다....



ㅡ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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