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한 주먹도 안 되는 나는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손톱 발톱은 가늘고 길었다. 어디든 잘 잡고 올라갈 정도의 손톱이었다.
송곳니도 연한 핑크빛으로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힘이 없어 깨물어도 아프진 않겠지만...
난 귀가 먼저 발달해 잘 들을 수 있었다. 톡톡 치면 그쪽으로 걸음이 걸어졌고 굵고 큰 음성은 아빠, 조용조용한 엄마 목소리 이쁜 언니 목소리 오빠는 사랑스럽게 날 불렀다. "치~즈 야"
이제 길고양이 엄마는 생각도 안 난다. 우유 주는 엄마가 내 엄마다. 즉 야생성이 없어져 버렸다. 길고양이 엄마에게 배워야 했던 것들이 없었기에 난 사람화되어갔다.
울고 있음 엄마가 우유를 줬고 때 되면 크림이 오빠가 엉덩이를 핥아 줬기에 대 소변도 잘 봤다.
내 소변은 동정 크기의 노란 물이었다. 모래로 된 화장실을 아직은 이용할 줄 몰랐다.
한 달이 되었을 즘 난 씽씽 잘도 다녔다. 방충망은 나의 등산 코스, 어디까지 든 올라갈 것 같았다. 엄마 손에 끌려 내려오면 방충망은 작은 흠집이 생겼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손톱 발톱을 깎아 버렸다. "아~~ 내 손톱!"
태어나 아픔을 처음 겪는 순간이다. 여기저기 할퀴고 다니니 어쩔 수 없는듯했지만 내 손톱, 내 발톱 으으...
난 또 싫은 게 있다. 엉덩이에 오줌이 묻거나 똥이 묻어있음 목욕을 시킨다. 물은 딱 싫다. 생쥐처럼 되어 바들바들 떨고 있음 타월로 닦아주고는 하지만 물은 정말 싫다. 날카로운 야옹 소리가 끝이 없이 나왔고 뭐든 손에 잡히면 끌어당겼다. 그러다 보니 엄마 손등은 예리한 나의 손톱으로 긁힌 자국이 군데군데 있었다.
고양이가 왜 물을 싫어하는지 모르지만 나도 선천성 물 싫음의 유전자가 새겨져 있는 듯하다.
크림이 오빠랑은 진짜 잘 맞았다. 옛말에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강아지는 꼬리를 바짝 치켜세우면 싸울 기 세고 고양이는 거꾸로 즐겁다는 표시다. 서로 사인이 안 맞는 동물들이다. 그런데 난 크림이 오빠를 보며 자라다 보니 서로 다른 것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아 잘 지냈다.
봄에 짖기 시작한 전원주택은 가을에 완공이 됐고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진짜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컴백한 것이다.
아파트 구조와는 많이 달랐다. 내부 계단이 있어 좋았다. 나의 놀이터 같았다. 크림이 오빠보다 내가 더 잘 뛰어다녔던 곳이고 아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크림이 오빤 뒤뚱뒤뚱 올라오는데 한 세월 보내야 하지만 난 뛰어오르는 선수처럼 잘 뛰어다녔다.
예전에 이곳은 쑥이 많이 자라던 곳이었고 길고양이들의 사냥터이기도 했다. 날아다니는 새도 잡고 쥐새끼도 가끔 잡았던 이곳에 집이 들어선 것이다. 이쁘고 아담한 집이.... 일명 꼭대기 집이다.
산길로 가는 맨 나중 집이라 누가 쉬 올라오지도 않아, 우린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이사하고 몇 개월 뒤 난 첫 발정이 왔다. 생후 7~8개월 때 찾아온다나? 난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왜지? 나도 모르게 소파 위를 오르락 그렸고 아기 울음소리 같은 야옹을 연신 해댔다.
엄마가 알아차렸다. "아고 우리 치즈 어른이 되려나 보네, 병원 가서 수술받고 자유롭게 살자~~~" 이 말 끝에 난 병원으로 갔다.
마취를 했는지 멋모르고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보니 배에 붕대를 감고 있고 얼굴엔 깔때기를 씌어 놓았다.
"아 ~ 갑갑해" 소리 내도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얼굴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밤새 칭얼대는 나를 엄마가 안고 잠에 들었다. 다락방에서...
크림이 오빠가 불쌍한 듯 빤히 쳐다봤다. 꼭 "아프지 마~~" 하는듯했다.
엄마는 동물들을 묶어놓고 키우는 것을 싫어라 했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선 중성화가 꼭 필요했다며 나를 다독여 줬다. 밤새 내 옆에서 쓰다듬어 줬다.
그 뒤로는 이상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야~옹.." 야밤에 내는 아기 울음소리를...
난 벌써 어른이 되어 버렸다. 아기도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성숙해졌으며, 자태는 더욱 수려해졌달 까나? 아무튼 이쁜 숙녀가 되었다.
크림이 오빠랑은 씨름하듯이 즐겁게 놀았다. 한 번은 내 밥그릇까지 크림이 오빠가 다 먹는 경우도 있었다. ㅜㅜ 욕심쟁이...
개가 고양이 밥을 먹음 안 될 건데 어쩌지? 오빠가 알아서 안 먹어야지 애고...
사실 사료에 고양이 밥은 기름기가 많고 강아지 사료는 담백하다. 그래서 고양이 사료를 개가 먹음 안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무거나 먹어대니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크림이 오빠는 살이 포도 포동 올랐다. "조심해 오빠!! 기름진 거 자꾸 먹음 동맥경화 와~~~."
둘이 입주 선물로 엄마가 목걸이를 주문해 걸어줬다. 이름 '정가네 크림'과 엄마 전화번호를 기재한 동그란 황금색으로 된 목걸이와 난 '정가네 치즈' 엄마 번호 이렇게 새긴 하트 무늬 황금색 목걸이를 달게 됐다.
아마 밖을 나다니다 길을 잃으면 전화해 달라는 의미일 거다.
좀 무거웠다. 안 달던 습성 때문인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목을 혀로 핥아도 벗겨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엄마는 둘을 담은 사진을 찰칵 찍었다. 어디다 올릴 모양이다.
우린, 가족으로써 등록증 비슷한 거 아닐까? 제대로 된 등록증 같은 거...
이것이 나, 치즈다.
치즈와 크림이
계속~~~ 연재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