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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영어울렁증 극복의 열쇠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는 길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청소년이다.


순하고 착하며 배려가 많은 아들이다. 엄마, 아빠의 생각과 기분을 잘 맞추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가령, 아들은 잘 다니던 학교를 두고 6학년 2학기에 이사와 전학을 제안했을 때도 잘 따라주던 녀석이다. 내가 가는 성당에 뭣도 모르고 함께 동행해 주던 보호자이기도 하다.


나와 아이의 아빠는 학원을 함께 운영 중이다. 아이는 이 학원을 초2 때부터 다니고 있다.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여덟 살이 되어 학교에 갈 무렵까지 책을 읽어주며 좋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많다. 자기 전 책을 읽으며 또는 나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았기에 유대감이 잘 형성된 괜찮은 모자관계이다. 학원 문을 열면서는 나보다 아빠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지 아닌지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전반적인 공부에 대한 정서와 태도는 좋은 편이다.


이가 평소 학교에서나 다른 학원에서 치는 간단한 테스트나 어떤 시험에서도 대범하고 자신감 있으며 소신이 있는 편이라 알고 있다. 


가령, 학교에서 5학년 갓 올라가서 본 진단평가의 과학영역 두 페이지를 그냥 넘겨 풀고는 내어 버리고도 80점 대면 잘 보았다던 아이이다. 수학 단원평가에서 경시대회 문제의 높은 난도에도 불구하고 풀 수 있는 문제는 다 풀었다며 씩 웃던 아이. 그리고 평균점수보다 훨씬 웃도는 점수받았다기에 모르는 것 틀린 거야 공부해서 메우면 된다 생각하며 안심했단다.


그런 아이가 특히 영어, 영어에는 울렁증이 있다.


영어울렁증의 시작


영어라면, 아이가 서너 살 즈음부터 내가 원어민친구 가족과 어울리며 그 친구와 수업을 꾸려 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렇게 못 알아듣는 영어수업이라며 끌려 들어가듯 힘들어했다.


나는 아이에게 오랫동안 영어 DVD며, 영어책, CD 등 각종 영어 노출을 시도했고, 다섯 살에 유치원을 보내야 할 때는 영어유치원에 여러 번 데려가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다. 아이는 거부감과 두려움이 컸던지 영어유치원은 거부하였고 우회하여 영어는 집에서 조금씩만 접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는 숲놀이를 주로 하는 자연친화적 일반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아이는 생물관찰이나 과학실험에 관심이 많았기에 유치원생활을 정말 즐거워했다.


그리고 유학파 영어선생님인 나는 끊임없이 아이의 영어에 관심과 부담, 때로는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다. 다섯 살 가을과 겨울, 어학원 방과 후 수업에 아이를 6개월간 보낸 적이 있다.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 두 분이 영어로만 수업하던, 내가 미국에서 본, 미국식 유치원수업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매일 긴장했고, 불안했으며, 나에게는 교실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징징대는 통에 교실 구석에서 수업을 지켜보는 참 극성스러운 엄마였다.


7세에 원어민친구에게 다시 1대 1로 수업을 맡겼다가 그 친구가 우리 아이가 영어수업을 너무 힘들어하니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들어가 1학년은 영어라고는 들이밀지 않은 채 학교생활만 하도록 두었다.


2학년이 되던 2월 초부터 우리 학원에서 원서 읽기로 아주 기초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해 지금껏 해 와 이제는 제법 챕터북(제법 글밥이 있는 챕터로 나뉜 원서 동화책류)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술술은 아니더라도 애쓰며 줄거리를 쓰고. 받아쓰기도 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의 문단을 필사하기도 하며...


영어시험날, 울렁증이 도졌다


우리 학원은 이번주 내내 예비중등을 포함한 중등전체의 수능모의고사를 치르는 기간이다. 그에 대비해 공부한 적은 없지만, 원서를 적어도 4~5년 이상을 읽은 아이들이라 자기 자신의 영어실력을 확인차 그냥 풀어보는 것 정도의 가벼운 시험이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 슬슬 풀어가며 꽤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내 아이는 섬세한 때로는 예민한 성격이다. 잔뜩 긴장해서 선생님의 감독에 신경이 쓰여 놓친 리스닝 하나에 눈앞이 깜깜해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그 하나에서 막히니 줄줄이 놓쳐서는 그만 울상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보느라 조용히 나와서 다른 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라 다 못 풀었다고만 하기에 그런 줄만 알았다. 시간이 넉넉했을 터인데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혹여나 스트레스를 줄까 봐 물어보지 않고 참았다.


예비중 1은 대부분 수능모의고사도 아닌 <중3 국가 수준>이라는 중3이 보는 전국단위의 진단평가를 주었고, 그 정도 리딩단계의 아이들이 척척 푸는 수준이니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주고 편안했던 나였다.


내 아이는 시험지 앞에 '중3'이라고 떡하니 쓰인 걸 보니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우리 원서 읽기 학원에서 학년이름을 붙여 수업하는 것이라곤 문법정도뿐이니 본인이 늘 듣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 줄 몰라서 중3이 아주 높은 벽인 줄 알았으리라.  


원서 읽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라든지 학교의 수준별 학습과 별개로 자유로이 듣고 읽는 청독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듣기 읽기의 실력이 쌓인다.


아들은 영어 시험과 관련해서 만큼은 엄마가 무섭다고 한다. 그것이 영어시험 울렁증과 깊은 관계가 있으리라. 평소 일상 속 엄마는 장난을 걸어도 받아주는 친구 같은 엄마. 학원에서 원장선생님인 엄마는 시험점수가 낮으면 혼날까 봐 무서운 호랑이선생님.


엄마는 문법시험에서 리딩시험에서 점수를 못 받아서 혼내는 게 아니란다. 단지, 너의 그 울렁증, 두려움, 소심함으로 긴장하는 모습이 엄마는 너무 속상해서 그런다.


그러니 아들아,

결과가 어떻든 담담하게 원래의 너로 도전해 봐.
엄마는 네가 어떤 결과를 받든 너를 지지하고 믿는단다.

작은 것부터 도전하고 또 하고 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거야.
천천히 연습해 보자. 담담해지도록.


나는 아들을 좀 더 이해해 보려 한다.  시간 공부하며 힘이 들 때, 한창 성장기에 마음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때 기댈 수 있는 부모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부족하고 모자라는 엄마에서 또 한 뼘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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