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쩄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9월 27일 금요일.
"빠른 등기로 보내주세요."
어제는 우체국에서 로스쿨 지원 서류를 보냈다. 면접 스터디를 준비하고, 스터디원들과 잡담도 좀 하고,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본다. 어쨌든 1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달려야 한다. 막학기라도 중간고사는 있고, 1차 발표가 나오고 난 뒤 면접을 준비하기에는 늦었다. 때문에 불확실성 속에서 영차영차 달릴 수밖에. 이 면접 준비가 당장 다가올 11월에 쓰임이 있을지, 내년 입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올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서류를 제출하고는 시간이 얼마나 빠른 지를 생각했다. 작년 늦가을 로스쿨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하고 거의 1년이 지났다. 제대로 리트(법학적성시험으로, 로스쿨 들어가려면 중요한 시험)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 3월이고, 학기를 병행하며 7월 중순까지 정신없이 공부했다. 몰두해서 집중하였는가를 묻는다면 떳떳하지는 않다. 그냥 학교 수업듣고,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이래저래 몰입은 어려웠다. 그래, 어느 정도 핑계는 맞다.
로스쿨 합격 가능성이 희박한 리트 성적표를 들고는 토익 공부를 했다. 리트만 망할 것이지, 영어도 못하는 관계로 마지막까지 영어 공부를 놓을 수 없었다. 여러모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여름을 보냈다. 면접과 자소서를 준비하면서도 좌절의 연속. 첨삭 비용을 상당히 지불하였음에도 나의 자소서는 초라했다. 첨삭해준 지인은 피드백을 한가득 적어 주었다. 이게 불과 2주 전일인데, 참. 빨간펜으로 가득한 자기소개서를 보며 분노했고, 우울해했다. 올해 지원하지 말까하기도 했다. 그도 그런 것이 원서비가 25만원이다. 가/나군 모두 쓰면 원서비만 50만원. 그래도 지원을 해봐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따라 울고 머리 싸매가면서 자소서와 서류들을 준비했다.
어제 서류를 부치고 나서 분수대 앞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무리 부족한 상황이라도 지원을 해보라는 선배들의 조언의 뜻을 이해했다. 처절하게 나의 부족함을 깨달아 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부끄러울 정도로 나를 들여다 보고, 나의 능력이 숫자로 평가되는 과정을 통하여 나의 부족한 부분을 진정 깨달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부족한 점들을 떠올라 부끄럽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1) 리트 (2) 학점 (3) 토익 (4) 면접능력 (5) 자기소개서 대충 다섯 개 정도의 능력이 필요하다. 어떤 것에도 경쟁력이 없는 한 해를 보냈고, 어쨌든 지원을 했다. 합격 배수와는 거리가 먼 등수이지만, 앞으로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쨌든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가령 어버버거리는 나의 면접 답안 같은 거. 1차 합격이 발표되기까지 한 달이 남았고, 올해도 세달 남았다. 싱숭생숭해도 할 일을 하자. 하
앞으로는 학벌이 안 좋은 내가 로스쿨을 지원하게 된 이유, 리트 성적에 대한 고찰, 막학기 대학생으로서의 기쁨과 슬픔 등을 주제로 글을 올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