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제로의 시대’다. 제로 음료, 제로 슈거 식품, 제로 알코올까지. 이제 세상은 ‘제로’로 통한다. 아마 제로 열풍의 시작은 음료였던 것 같다. 음료의 달콤함과 짜릿함은 느끼고 싶고, 건강도 걱정하는 현대인들이 만들어낸 열풍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우리는 죄책감을 조금 덜면서 맛의 즐거움은 누릴 수 있게 됐다.
2019년이었다. 영구에서 제로 음료를 처음으로 접했다. 물론 한국에도 당시 제로 음료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중화가 되어있지는 않았다. 웬만한 식당들에는 제로 음료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정도에만 제로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을까? 사실 당시의 나는 제로 음료를 먹는 사람들을 보고 유난 떤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봤던 글도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 특 : 치킨, 피자, 햄버거 먹으면서 음료는 제로 먹음.’
당시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 글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제로 음료는 더 이상 유난을 떨거나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이제 음료뿐 아니라 과자, 술, 조미료 등 식생활의 주된 키워드가 ‘제로’를 향해가고 있다.
또 다른 제로의 흐름이 있다.
많은 기관들과 도시들에서 추진하는 제로 정책도 있다. 바로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다.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이기에 이런 챌린지들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에 이어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뭐든 처음에는 불편하기 마련이다. 제로 음료도 처음에는 뭔가 공허하고 모자람을 느꼈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적응했다. 이 정도의 손해로 건강도 지키고 먹는 즐거움도 유지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게 내가 제로 음료를 마시게 된 계기였다. 음료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대체 당 식품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일회용품 제로는 제로 식품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불편하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한다고 해서 내 건강을 지킨다거나 당장에 이득 되는 게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개인 차원에서의 실천이 더 어렵고 더디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우리 현대인들의 삶이 점차 제로를 향해가고 있다.
지금 당장의 제로가 불편하겠지만, 이 불편한 투자의 결과가 미래에는 결코 제로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