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민낯

연재 소설

by 해반

오는 새벽 다섯 시 발인식을 앞두고 장례식장에는 오롯이 가족들만 남았다. 시간은 밤 열 시에 가까워졌고 적막한 침묵만 떠돌고 있었다. 제각각 여기저기서 각자의 방식대로 버티고 있었다. 나도 이틀을 연달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몸이 바스러지는 거 같았다. 식당 벽면에 몸을 기대고 앉아 뻑뻑한 눈을 끔벅거리다 금세 잠이 들었다. 잠결에 몸이 기우뚱 한쪽으로 쏠려 중심을 잃을 뻔하다 몸을 바로 세우고 정신을 차렸다. 눈을 감고 눈동자를 한참 굴리다 번쩍 떴다. 분향실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식당에 모여 앉아있던 엄마와 이모들이 보이지 않았고 멀찍이서 분향실을 들여다보던 동희 언니가 잠이 덜 깬 채로 어리둥절해 있는 나를 보고 다가와 떨떠름한 듯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얘, 큰외삼촌 왔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섰다. 이 집안의 장남이 등장했다는 것은, 형제들 사이의 폭풍 전 고요는 끝이 났음을 의미했다. 조문을 마쳤는지 어른들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왔다. 야윈 팔다리, 굽어진 허리, 귀밑으로만 살아남은 검은색이 드문드문한 하얗게 센 머리카락, 왼쪽으로 비틀어진 입술, 헌 옷 수거함에서 건져 왔을 법한 옷을 입고 추레한 몰골을 한 늙은 사내가 기세만큼은 죽지 않았는지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락없는 노숙자 꼴이었다. 엄마의 형제들은 그 늙은 사내를 가운데 두고 불편한 기색만큼이나 사방으로 흩어져 거리를 두고 앉았다. 큰이모는 팔짱을 낀 채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둘째 이모는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으며 둘째 이모부가 왜 이제야 왔느냐면서 말을 텄다. 야심한 시각이라 상조회사 직원들도 자리를 비워 엄마가 간단한 요깃거리를 늙은 사내 앞으로 차려냈다.

“엄마가 대접하는 마지막 밥이니 요기나 하고 가시오.”

엄마는 단호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내 성격의 팔 할은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이 분명했다. 요기하라는 것까지는 별문제 되지 않았으나, 그다음에 붙인 말이 화근이었다.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늙은 사내의 입속을 드나들던 수저가 바닥으로 나 뒹굴었다.

“뭐? 가시오? 아이. 씨발. 가시오?”

늙은 사내는 눈에 힘을 주고 부라리며 시비조로 목청을 높였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엄마가 그따위 소동에 움츠러들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한테 이년 저년 해가면서 패륜한 인간이 누군데!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부모하고 연 끊는다는 사람한테 형제가 어딨어! 내가 그런 인간한테 동기간 대접할 이유 있소?”

엄마는 목소리가 갈라지도록 소리를 높여 바락바락 대들었다. 바닥으로 내쳐진 수저 다음은 상이 뒤엎어질 차례였고 빗나갔으면 한 나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혹여라도 분을 참지 못해 부르르 떨고 있는 그 늙은 사내의 주먹이 엄마를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경찰에 신고할 작정이었다. 갑자기 벌어진 난장에 둘째 이모 내외가 늙은 사내의 양쪽 팔을 잡아 제지하고 나섰고 막내 외삼촌의 성이 난 얼굴에는 살기가 띠었다.

“그만들 해라!”

여차하면 개싸움이 벌어질 듯한 험악한 분위기에 벼락같은 대갈일성을 지른 사람은 큰이모였다. 한껏 고조되던 사태가 큰이모의 개입으로 사그라들었고 동주 오빠는 콧구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희 언니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휘젓더니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떴다. 반면에 나는 어른들 시야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112를 누를 마음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이로써 각자 엉킨 실타래를 이고 지고 있는 이 집안의 형제들이 모친의 발인식을 다섯 시간 앞두고 막장극을 펼쳤다. 관객은 단 한 명.


큰이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쩌다 집안 꼴이 이 모양이 됐냐. 아무리 본데없다고 여기가 지금 어딘데 상을 뒤집고 욕지거리에 깽판이여? 그동안 나한테 가져간 돈은 다 얻다 쓰고 멀쩡한 옷 한 벌 없이 거지꼴을 하고 다니냐!”

첫 대사의 상대는 큰외삼촌이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큰이모에게는 고개도 못 들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어물댔다.

“내가 형제지간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사람 하나 없는데 딱 한 사람, 큰누나한테는 미안하요.”

“어려서도 그렇게 말 안 듣고 엄마 속 썩여 가며 내키는 대로 살다가 집안 재산 다 들어먹고. 에휴, 그 나이 먹도록 제 앞가림 못하고 살 모양이면 엄마 따라가라.”

큰이모의 입에서 의외의 대사가 튀어나왔다. 엄마와 둘째 이모는 짐짓 놀란 듯했지만, 태연하게 눈동자만 굴려 가자미 눈으로 큰이모를 슬쩍슬쩍 보았다. 큰외삼촌은 입이 있어도 나불거릴 말이 없는 사람이다. 세세한 사연들까지야 내 눈으로 본 게 아니니 거르고 걸러 들어도 제 돈 맡겨둔 사람처럼 돈 내놓으라고 큰이모 집 거실에다 벽돌을 내던져 나무 마루가 푹 파인 적인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니 정말 인간 말종임이 틀림없는 작자다. 그러고도 남을 인간임을 나도 겪어보지 않았던가. 세월에 눌려 불같던 성미가 약해진 건지 아니면 큰이모가 그냥 하는 말로 흘려듣는 건지 큰외삼촌은 별 대꾸가 없었다.

“그리고 막내 너는 나한테 뭐가 그리 서운한 게 있어서 매형 돌아가셨을 때, 네 처가 가자고 애원까지 했다는데 버틴 이유가 뭐며 사정 급할 때는 아쉬운 소리 해가며 야금야금 빼가더니 빌려 간 돈 갚으라고 하니까 서운하고 주머니에서 생돈 나가는 거 같아서 아깝더냐?”

막내 외삼촌은 입을 꾹 다물고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큰언니가 너한테는 누나가 아니라 엄마다. 무슨 일 생기면 제 식구들 제쳐두고 뒤처리 다 하고 그랬는데 네가 그리 처신하면 안 되지. 이 자리에서 큰누나한테 사죄해라.”

둘째 이모가 큰이모의 말을 거들자, 막내 외삼촌이 비스듬하게 앉아있다가 자세를 바로 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뭐 죄지었소? 사죄는 무슨.”

그 대답에 놀란 사람은 정작 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를 닮은 막내 외삼촌이 뱉어낸 말이 저렇게 조야할 수가. 분명 이죽거리는 말투였다. 수 분간 정적이 흘렀다.

“엄마 요양병원에 계실 때 누님들 엄마 보러 왔다 가면서 나한테 연락 한 번 했소? 내가 형편이 안 돼서 누나 돈 못 갚은 건 미안하요만은, 딱 엄마만 보고 가고 그러면서 동생 없는 취급하는 건 괜찮은 거요?”

막내 외삼촌의 반격은 의외였다.

“어머 얘 봐라. 너 벌써 잊은 모양인데, 우리가 엄마랑 하룻밤 자겠다고 네 집에 엄마 외출시켜 모시고 갔을 때, 너랑 올케가 등 떠밀다시피 하면서 가라고 한 거.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기가 차는데, 너 뚫린 입으로 말 좀 해 봐라. 뭐가 그렇게 심사가 꼬여서 누나들을 동네 개새끼 내쫓듯이 그렇게 내쫓아?”

독이 바짝 오른 엄마가 참전했다. 엄마는 대체로 말을 참는 편이지만 딱 세 번만 참는다. 삼진아웃 된 상대에겐 엄마의 혀가 칼이 되어 날아가 꽂힌다. 역시 나는 엄마의 딸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자각했다. 막내 외삼촌은 엄마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칼이 된 엄마의 혀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너 젊었을 적에 사람 패서 교도소 들어갔을 때, 합의하러 쫓아다니고 부모 형제 없다 소리 들을까 봐 달마다 면회하러 다닌 사람이 누구냐? 결혼해서 친정 동생 뒤치다꺼리하러 다니는 거 봐주는 남편이 있는 줄 알아? 큰 형부 정도 되니까 그 정도 참고 넘긴 거야. 오빠랑 네가 가져다 쓴 돈, 그거 누가 번 돈이냐. 엄밀히 따지면 형부가 공사판에서 막일해서 번 돈이야. 그래, 연락 안 한 거 그거 서운해서 매형 돌아가셨다는 데도 안 와? 찢어진 입이라고 어디서 그따위 말이 기어나와!”

엄마의 목소리는 참으로 살벌했다. 칼이 되어 날아다니는 엄마의 말은 상대를 제압하는 힘이 있다.

“이미 수십 년 지난 일, 이제 와 새삼스럽게 따따부따 해 봤자, 다 자기만 억울하고 서운하다 하니까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계산하고 차용금 상환 각서 써라. 큰 언니한테서 가져다 쓴 돈, 다 갚아! 오빠도 막노동 판에 가서 벽돌을 지든, 길바닥에서 구걸을 하든지 해서 갚으시오. 미안하다는 말로 퉁 칠 생각, 하지 말고!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언니, 각각 얼마씩인가 계산해. 자세히 기억 안 나면 크게 가져간 금액만이라도 더해서 받아내야지!”

엄마가 화두에 올린 금전 문제는, 두 형제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일임은 분명해 보였다. 두 외삼촌 모두 난처한 듯 헛기침만 쿨룩대고 있었다.

“그까짓 돈 뭐 얼마나 된다고.”

큰외삼촌이 어처구니없이 볼멘소리로 대거리를 했다. 가만있을 엄마가 아니었다.

“그까짓? 아이고, 지나가던 똥개가 다 웃겠네. 평생을 건들거리고 다니면서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깨 먹기만 했지, 일해서 돈 십만 원이라도 벌어 본 적 있어? 어디서 그까짓 돈이래!”

엄마는 마치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것처럼 열을 냈다. 엄마 말대로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이제 와 들춰봤자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얘기일 뿐,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감정이 해소될 따위의 일이 아니었다. 또한 두 동생이 사죄한다며 바짝 엎드린다고 해서 이미 덧날대로 덧난 큰이모의 진한 상흔이 사라질 리 만무했으며 무엇보다 인간이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태도가 다른 종족이므로 엄마는 지저분한 사족을 걷어내고 큰이모가 현실적인 실리를 얻을 수 있도록 판을 깐 것이다.

큰이모는 웅크리고 앉아 멀뚱히 바닥만 내리 보고 있었다. 설사 이 자리에서 각서를 쓴다고 해서 정말 저 두 형제가 돈을 갚을지도 의문이다. 확률 게임으로 보자면 패는 이미 나왔다. 큰외삼촌의 행색으로 보아서는 돈이나 더 달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인 듯싶고, 막내 외삼촌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는 않아 보였다. 막내 외삼촌이 축사까지 크게 지어 오십여 마리 정도 되는 소도 키우고 있고, 매년 고추 농사도 크게 지어 꽤 이문을 남긴다더라는 얘기를 엄마의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막내 외삼촌은 소를 팔면 큰이모 돈은 어느 정도 갚을 수 있겠는데, 하면서 머릿속을 굴리고 있는데 힐끗 뒤돌아보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열이 오른 듯 벌건 얼굴 하고서 이 막장극의 하나뿐인 관객을 무대로 불러냈다.

“너 이리로 와 봐.”

순간 어른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고 나는 주춤거리며 엄마 옆으로 가 앉았다. 젠장맞을.

“너 아는 변호사 언니 있지? 걔, 있잖아. 이름이 뭐더라. 암튼 그 언니한테 날 밝는 대로 전화해서 법적 효력 있는 차용금 상환 각서냐, 계약서냐 암튼 그거 좀 써서 보내달라고 해. 큰언니가 그래도 친정집 기둥이라고 남자 형제들한테 할 만큼 했는데 그 정도 했으면 정신들 차려야지, 이 나이 처먹도록 인간 도리도 모르고 살 거 같으면 깔끔하게 정리합시다. 이제 엄마까지 돌아가셨고 우리 다 부모 없는 고아야. 그럼 남 아니야? 남을 어떻게 믿어? 너, 엄마 말 알아들었지?”

엄마는 도대체 누굴 말하는 걸까. 아는 변호사? 나한테 그런 언니가 있었나, 싶어서 우물거리고 있는데 엄마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비틀고 눈을 빠르고 짧게 깜빡였다. 맙소사, 엄마는 진짜 없는 내 지인까지 만들어, 거기에 나까지 끌어들여서 이 판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별안간 나는 엄마의 공범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 판에서 철저히 관객이었다가 갑자기 끌려 나와 나는 대사를 익힐 시간이 없었는데 말이다. 낭패였다.

“어? 어, 어. 언니 번호가 어디 있더라. 그럼, 서류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아야겠지?”

얼씨구, 나는 여차하면 112에 신고할 작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열어 연락처 목록을 뒤지는 액션을 하면서 익히지도 않은 대사를 입으로 술술 읊어대고 있었다. 정말이지 의심할 것도 없이 내가 엄마의 딸임이 분명하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판이 이대로 굴러가 끝내 있지도 않은 ‘아는 변호사 언니’를 대동시켜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누구를 등장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까지 해내느라 내 머릿속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다.”

이때, 바닥만 뚫어지고 보고 있던 큰이모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혼곤하고 섧게 우는 거처럼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내가 내 새끼들보다 친정 동생 우선시하고 누나 하면서 앓는 소리하면 매정하게 끊어내질 못해 남편이 막일해서 번 돈까지 탈탈 털어서 돈 내준 게 가장 큰 죄다. 맏이랍시고 그래도 내가 해 줘야 다들 자리 잡고 잘 살겠지 싶어 마음 쓴 결과가 이런 꼴이면 내가 처신을 잘 못한 거 아니겠냐. 내가 동기간이지 엄마는 아닌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지. 알아 달라고 한 일을 아니지만 내가 너무 힘들고 마음에 맺힌 게 많아 그게 말로 안 나오고 악다구니를 쓰면 엄마가 하는 말이, 누가 시켜 한 일이냐고 하더라.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집안에 태어나 혼자 애면글면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는 원망스럽고 새끼들하고 남편한테는 죄스럽고 동기간은 남보다 못하고. 이제 살날도 얼마 안 남았지만, 엄마 발인 끝나고 나면 다들 연 끊자. 나 죽었다는 소리 들어도 오지 마라.”

큰이모는 그동안 형제간의 불화와 반목을 회고하며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제 자식들보다 더 자식들처럼 여기던 동생들에 대한 마음의 굴레를 이제야 내려놓기로 한 듯했다. 끝까지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녀가 늘어놓는 회한에 동생들은 숙연해졌다. 두 외삼촌은 고개를 떨구었고 둘째 이모 내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으며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엊그제 큰이모가 상복을 입지 않겠다고 엄마와 입씨름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무리 그 시대의 장녀들이 집안 살림 밑천이라고는 하나 자신도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싶었을 자식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감내해야 했던 일들이 마음에 곪아 염증으로 터져 나왔을 때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은커녕 누가 시켜서 한 일이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제는 책망할 대상까지 사라진 그 허탈감에 그런 어깃장을 부린 건 아니었을까.

감히 속내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큰이모의 얼굴은 처연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다가 아니란 걸 아는 나이가 됐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이날 형제의 막장극은 큰이모의 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엄마가 만들어 낸 ‘아는 변호사 언니’를 대동할 일도 없었고 외할머니의 발인과 화장이 끝날 때까지 엄마의 형제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화장장 안으로 외할머니의 관이 들어갈 때도 엄마와 둘째 이모만 눈물을 훔칠 뿐이었다. 그리고 형제들의 마지막 구심점이었던 외할머니가 유골함에 담겨 납골당에 안치된 그 시점으로 엄마의 형제들은 정말 남처럼 각자의 터전으로 흩어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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