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베개 화자」 외 4편을 응모한 최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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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베개 화자」 외 4편을 응모한 최다성 씨 선정
김네잎 기자
시와 비평 전문지 《포엠피플》이 2024년 제2회 신인문학상에 「베개 화자」 외 4편을 응모한 최다성 씨를 당선자로 선정했다.
지난 8월 31일 마감한 제2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에 총 870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1차와 2차 예심을 거쳐 8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8명의 응모작 중 “작품성과 가능성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베개 화자」 외 4편을 응모한 최다성 씨를 제2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당선자로 확정했다.
고광식 본심 심사위원은 최다성 씨의 시는 “세계와 현상의 어느 부분에서 발화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사유를 전개하는 과정이 힘 있고 유연하다.”고 평했다. “착상은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그 후의 시적 전개는 경험하지 않은 현상을 굵은 선으로 그리고 있다”면서, 기존의 상투성을 지우며 거칠게 확장되는 표현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응모작 5편 모두 “모호성으로 관념에 빠져 있지도 않고, 과잉된 감정으로 독자를 강압하지도 않는” 점을 높이 봤다.
당선자 최다성 씨는 1999년생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당선 소감에서 “대학시절에 썼던 시들 중 특히나 애정을 갖고 있던 시들을 모아 투고했다”며 “신인문학상 수상이 기쁜 것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계를 어떠한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한다고 알려준 건 시였다”며 “등단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더 열심히 하기 위한 계기로만 삼겠”다고 밝혔다.
당선작과 당선 소감 및 심사평은 2024년 《포엠피플》 겨울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11월 17일 오후 3시 선경산업 강당(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산단로 3길 1 (서운동))에서 개최한다. 당선자 최다성 씨에게는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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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중 1편 공개>
베개 화자
최다성
침대에 엎드려 글을 쓰다가
잠이 든 너는
어딘가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곳은 지나가는 빗소리 같은 곳이라고 한다
빛이 닿을 수없는 곳이지만 환한 곳이며
어렴풋하면서도 선연하고 아득하면서도
곁에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어떤 영원이 들렀다가 갔다는
그곳은 바람, 그곳은 너와 개의 틈새에 들렀다간 여름, 그 여름이 앓던 정원, 바람의 부름에 섞여든 어린 너와 너의 늙은 개가 뛰어놀던 잔디밭, 먼 빛에 그늘처럼 드리웠던 노래, 그곳은
밤이 되면 들려오고 다가가면 사라지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고양이의 눈빛 같은…‥
나는 보여줄 수 있다
여름이라고 발음하자
우거진 나뭇잎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빛줄기를
그 빛 속, 너와 너의 늙은 개를
나는 너의 머리에서 빠져나오는 것들을 담는
베개였다가
서랍이었다가
분실물 보관소였다가
비디오테이프
폐관된 극장의 영사기이기도 하니
들어와도 좋다
너는 그다음을 이어갈 수 있다
정오가 일어나는 방향으로 기우는 풀 위로
바람이 넘기는 그곳의 장章에 또 하나의 구절을.
이곳에서 만큼은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해도 좋다. 번지는 푸르스름함처럼. 살펴봐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 평생 해본 적 없는 즉흥극을 해봐도 좋다. 네가 말을 시작하자 너의 내부 어딘가에 대본과 배역이 쥐어지고, 시간을 보듬듯이 사뿐히 내려앉는 낙엽.
그곳은 망가진 시계 속의 정오였다가, 아직도 녹화중인 종영된 드라마의 첫 화였다가,
새벽의 어스름과 함께 찾아오는 구름의 뒤꼍.
먼 곳에서 들려오는 그곳은
이곳의 뒤통수. 뒤를 돌아보는 순간 다시 뒤가 되어버리는.
그곳은
이곳의 모든 결을 타고 흐르다 말을 거는 순간 깨어지고 흩어지고 녹아내리고 파문이
되어 네가 베고 잠든
공책 속으로 스며들어버리는
너는 네가 침대에 엎드려 시를 쓰다가 소설을 쓰다가 잠에 들었을 때 네가 벤 그것이 공책이었는지 베개였는지 구분할 수 있니. 여긴 여전히, 변함없이, 네가 너의 꿈을 꿀수 있는 곳이다.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곳이다. 사라진 것들의 이야기를. 사라진 것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이야기를 써나가는 너의 이야기를.
나는 밤새 아무 말도 없는 너의 얘기를 들으며
문을 열어둘 뿐이다.
막 잠에서 깬 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너는 눈을 뜨고, 혹은 감고, 쓰던 글을 마저 쓰기 시작한다. 슬픈 것을, 아픈 것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없는 것을. 그러나 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써지는 것을. 쓰면서도 모르는 것을. 쏟아지고 엎질러지고 적시는 것을. 베이고 찔리고 긁히면서. 새벽의 해가 뜨고 있고, 비가그친 뒤의 안개 냄새가 나는, 둘이 아닌, 혼자 있는 너의 방 안에서.
출처 : 미디어 시in(http://www.msi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