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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점 책방지기 May 20. 2022

책방지기도 친절하고 싶습니다.

시골서점 책방일기

오늘은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뜸 영업시간 외 시간에, 예를 들면 밤 1시 나 오전 7시 등,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잠결에 전화를 받아 주문을 받다보면, 사람인지라, 메모는 커녕 통화녹음만 믿는 수밖에 없죠. 이럴 때 자칫 주문을 놓치면 정말 큰일납니다. 차라리 전화를 안받았으면 모를까, 상대방은 제가 잠결이든, 샤워중이든 개의치 않아 하거든요. 되도록 업무용 전화와 개인 전화를 구분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모든 업무와 생활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 두개의 전화기를 또는 세개의 전화기를 들고 다니기란 참 힘든 일이랍니다.(저만 그런가요?)


언제쯤 되면 자영업자에게도 워라밸이 주어질 수 있을까요? 스스로 찾아먹기란, 참 어렵습니다. 에혀


오늘 느닷없는 전화 한통에 마음이 좀 상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서점 주인이면 더 친절해야하는거 아닌가?"


서점 주인이 친절해봐야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접객업도 아닌데다가 동네서점이라는 곳은 그저 책 좋아하는 책방지기나, 문제집 팔아서 돈 벌고 싶은 총판에서 여는 서점, 아니면 대형서점이니까요. 교보문고 회장님께 친절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며칠 전부터 부쩍 무리한 요구들을 받다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애초에 안됩니다 하면 될 것을 동네서점이라고, 집앞이라고 오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가끔 무리한 요청을 수락했을때 일이 벌어지더군요. 

덕분에 젊은 시절 저도 콜센터에 전화해서 억지 부린 적은 없는지 찬찬히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꽤 가져봤습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서점에서 대출과 반납을 하는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서점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그리고 신간을 빨리 비치 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 한 서비스 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작은 서점들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장단점은 늘 존재합니다만. 

이걸 공짜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더라구요. 서점에서 희망도서를 준비하고 대출하려면 어떤 비용이 생길까요?


첫번째, 물류비용입니다. 세상에 공짜로 책이 왔다리 갔다리 할 수는 없습니다. 도서 택배비, 물류비 장난 아닙니다. 한박스 책으로 채워보셨나요? 들기도 후덜덜합니다요. 그러니 물류비용이 절대로 저렴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인건비입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 같은 경우, 도서관처럼 대출 카드를 인식하고 책을 찾아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럼, 그걸 위해서 매장에 직원이 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요부분이 문제입니다. 오픈과 마감시간이 일정치 않거나, 갑작스레 집안에 일이 생기면. 이를 이해받기가 어렵습니다. 


세번째, 친절강요입니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보니 서점을 마치 수혜자로 보고, 이거저거 명령하시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이 부분이 참. 힘듭니다. 


네번째, 결재입니다. 도서를 가지고 오면, 서점은 거래처에 대금을 지불합니다. 이게 당연하죠. 그런데 지자체마다 이 결재 부분이 다릅니다. 반납일로부터 기본 2개월에서 3개월 후 지급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작은 서점들의 경우 초반 자본금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다섯번째, 책은 빌려보는 것이다 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참 고민스럽습니다. 서점에 들어와서 이 책 저 책 다 훑어보고 쫙 펴본 후 희망도서 대출 할래요. 하시는 경우. 해당 도서가 대출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점은 책을 구매하기 위한 장소이지, 공공서비스를 하는 곳은 아니다 보니 서로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책도 재화입니다. 부디~!! 사서 읽어 주시면 안될까요???


모처럼 쓴 글이 어째 징징이 버전 같습니다. 흠. 날이 더워지면서 아무래도 불쾌지수가 높아지나 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내가 소장한 책을 읽는 기쁨! 모두가 함께 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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