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헤어지자는 말을 닭갈비 먹으면서 하니?
(사실 그때 못 알아들었어...)
우리는 7년 차 완벽한 커플이었다.
지방대 컴퓨터 공학과에서 선후배로 만나서 늘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함께 시험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하며 밤을 새웠다. 피곤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하던가? 아니다 노비끼리 눈이 맞았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우리는 서로의 떡진 머리와 핏줄 터진 눈알에 설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어느덧 7년이 흘러서 나는 석사 졸업 후 운 좋게 합격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박사과정이었다. 우리는, 정확히는 남자 친구가 학생이라 정말 돈이 없었기 때문에 늘 학생 식당에서 데이트를 했다.
문제의 그날은 10월 24일이었다. 오래 사귀기도 하고 바쁘다 보니 자연스레 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는데 1024는 2의 10승이라고 우리 둘만의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었다. 1년에 한 번, 10월 24일 기념일에는 외식을 했는데 내가 먹고 싶다고 평소에 노래를 불렀던 유가네 닭갈비에 갔고 모차렐라 치즈를 너무 먹고 싶은데 볶음밥은 좀 비싸서 닭갈비에 치즈 사리를 넣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치즈에 엉겨 붙은 닭고기를 먹으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는 졸업하면 뭐 할 거야?"
"연지야 나는 얼마 전에 연구교수직에 지원했어 근데 지방이라 합격하면 그쪽으로 이사 가야 할 것 같아. 집 구하는 게 걱정이야."
"오빠... 그럼 우리 어떻게 만나? 너무 멀잖아."
"만약 합격하면 주말까지 연구해야 할 것 같아. 정교수까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밤낮없이 주말 없이 정말 열심히 해야지. 나는 그 학교 졸업생도 아니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우리 오빠는 진짜 잘할 거야 성실하고 똑똑하니까! 근데 담에는 말 좀 하고 신청해 줘 어차피 붙을 건데 맘의 준비 좀 해놓게"
몇 달 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남자친구한테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 최종 합격했어!!!"
"우와아아아 내 남자 멋지다 역시 똑똑이!! 너무 멋있어!!"
나는 학과 선배였던 남자친구를 자랑스러워했다. 우리 둘 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나는 잘하지 못했던 데에 반해 내 남자친구는 코딩을 정말 뛰어나게 잘했다. 솔직히 내가 못하는 걸 잘하는 남자는 얼마나 멋진가...! 심지어 우리 학교에서 교수가 나오다니...! 그게 내 남자 친구라니!!
자랑스러움에 취해서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거리로 가는 남자친구가 걱정될 뿐, 못 만나는 것에 대한건 아예 잊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 달 넘게 만나지 못했다. 닭갈비가 마지막 식사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