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씨 때려치워라)
시간이 흘러서 내 남자친구는 결국 뉴욕으로 떠났다. 나는 연차를 쓰고 공항으로 마중 나갔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리 오빠가 고생할 뉴욕생활이 걱정되었다. 영어 발음도 구린데 거기 가서 따돌림당하면 어쩌지? 머저리처럼 맞고 있으면 어쩌지...
하지만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마침 그 시기에 나도 진급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바빴다. 오빠가 떠난 뒤로 주말에 여자 동기들과 노는 생활에 빠져있었다.
첫 시작은 동기들과 평일 퇴근 후에 진급시험 스터디를 하는 모임이었는데 여자 여러 명이 만나면 응당 수다를 떨기 마련이고 우리는 주말마다 만나서 압구정, 강남, 신사를 쏘다니며 방탈출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파인다이닝과 비싼 커피를 즐겼다. 아 이게 돈 쓰는 맛이구나! 짜릿해!
해가 바뀌고 나는 진급했고 남자친구는 축하해 준다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거진 1년 만의 데이트! 이게 얼마 만에 제대로 된 데이트란 말인가? 최고의 하루를 남자친구와 보내고 싶었다.
나는 파인다이닝을 예약했고, 그 근처 카페도 알아놨다. 공부만 하는 내 남자친구에게 바깥세상에 좋은 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최고의 카페와 식사를 남자친구에게 사주고 싶었다. 갬성 사진 찍어서 나도 데이트하는 걸 SNS에 자랑하고 싶었다. 같이 놀던 친구들이 다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자랑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만난 우리는 마치 치즈와 김치 같았다. 오랜만에 유가네 닭갈비를 먹고 싶어 하는 내 남자친구와 파인다이닝에 와인을 곁들이고 싶어 하는 나. 우리는 같은 발효 식품 말했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이미 예약했다는 내 고집에 따라준 남자친구는 하루 종일 툴툴거렸고, 나는 그냥 맥도널드나 가야 하는구나. 특별한 날에도 한 끼 만원 이상은 쓰면 안 되는구나. 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날 저녁 헤어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