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 이상형을 찾았어! 아? 아니네...
(뽀뽀는 하고 살고 싶어)
2년쯤 지나서 혼자 노는 게 시들해 가고 전 남자 친구를 잊어갈 때쯤 새로운 사람과 시작할 수 있었다. 친구 남편의 친구였는데, 천안의 디스플레이 연구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큰 키에 안경을 썼고 훈훈한 외모였다. 우리는 파인다이닝을 먹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그도 아니면 음악회에 다녔다. 대화가 정말 잘 통해서 한번 전화를 하면 두 시간씩 했다.
무엇보다 천안에서 양재로 매주 올라왔는데 그게 나에게는 정말 너무 고마웠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매주 올 수도 있는 거구나? 그야말로 내가 찾던 이상형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정말 자주 아팠다. 반년쯤 만나는 동안 눈병, 감기, 노로바이러스, 몸살, 장염 등등에 시달렸고 드디어 아무런 전염병이 돌지 않을 때는 걸어가다가 넘어져서 이가 깨졌다. 많이 먹으면 체하고 적게 먹으면 위장병이 도졌다. 그리고 밥을 갑자기 먹으면 안 되고 적당히 먹었다 싶었어도 밀가루를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데 통조림 죽만 먹어야 하는 때가 늘어났다. 이 사람이랑 결혼했다가는 간병만 하다 늙어 죽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이 속이 안 좋으면 입에서 정말 이상한 냄새가 난다. 오래 숙성된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흡사한 냄새가 나는데 도저히 스킨십을 할 수가 없었다.
안녕....
나는 다시 솔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