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게는 탈락이 없다.

사랑으로 만든 것들은 평가되지 않는다

by 조유희

넷플릭스에서 SNS와 대화 속을 떠들썩하게 휘저었던 대세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의 후기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보관함에 두었다가 지금 다시 발행한다.)

지금은 〈흑백요리사 2〉말고도〈천하제빵〉이라는 요리경영 프로그램이 새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시즌 1은 전부 챙겨 보진 않았지만, 엄마가 보고 있을 때 소파에 앉아 어깨너머로 보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시즌 2를 한다고 해서 묘한 호기심이 생겨 엄마와 함께 보게 되었다.

시즌 2 초반에는 이런 장면들이 먼저 나온다. 요리사들을 ‘흑’과 ‘백’으로 나누고, 누가 더 유명한지,

누가 더 인정받았는지, 어떤 경력을 가졌는지를 두고 자연스럽게 서열을 매긴다.


흑 요리사는 이름 없이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다.

1. 가게에서 묵묵히 요리를 해왔고 맛과 실력은 출중하나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사들

2. 방송이나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는 못했던 사람들

반면 백 요리사는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된 요리사들이다.

1. 이미 인정받은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경연에 참여

2. 타이틀이 있고, 경력이 있고, 이름이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 프로그램은 참 전형적인 3차원 세계의 언어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3차원 세계의 언어는 이렇다.


비교, 평가, 판단, 순위, 경쟁.

흑백요리사는 주어진 시간 안에 요리를 해야 하고,

심사위원은 맛의 디테일과 완성도, 차별성을 기준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그 판단은 단순하다.


살아남을 것인가, 탈락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것이 매우 주관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마다 생각과 관점이 너무 다르고,

A 심사위원은 이 요리가 완벽하게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B 심사위원은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들 각자에게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고,

그런 주관적인 평가로 이 사람은 생존, 이 사람은 탈락이라고 단정 짓는 방식이

나에게는 너무 가혹하고 불공정하게 느껴졌다.


정성으로 만든 요리에 담긴 열정과 인내, 땀과 시간이 몇 분의 평가와 한 사람의 취향으로 갈라지는 순간,

그것은 우리 영혼의 본질과는 어딘가 어긋난, 꽤 잔인한 장면처럼 다가왔다.


영혼에게 탈락은 없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처럼 완벽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달콤함은 잠시일 뿐이다.


인간미 없이 기계적인 완벽함은 묘하게 우리에게 '이질감'을 준다.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불완전함, 인간미, 어설픔, 미성숙함.

이것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도 최대한 나름대로 완벽한 기준을 세우고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리는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맛, 완벽한 요리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흑백요리사에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기고,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며,

계속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도전적이고 열정 가득한 요리사들의 모습이 나온다.

나는 사실 요즘 글쓰기에 슬럼프가 와서 글 쓰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를 보고 나서 왠지 모르게 그 열정이 샘솟았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요리를 즐기고,

가게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도전 정신이 가득한 참가자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고 유명한 프로그램이며 전 세계에서 시청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주목과 압박감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참가하시는 요리사분들 역시 부담감이나 망설임이 있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셨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열정적인 자세로 임한 분들이다. 정말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진부한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힘과 용기, 의욕을 얻었다.

그들 중에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어도 도전한 분들도 꽤 있었다.

작은 가게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아도 도전하신 분들.

나는 유명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그런 소소하고 평범한 분들에게 더 시선이 갔다.

이름이 있고, 경력이 출중하며, 최고라는 타이틀이 있는 요리사도 물론 멋지고 훌륭하다.

하지만 이름이 없어도, 유명하지 않아도 그저 하루하루 열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생도 꽤 멋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모두 특별하고 소중하다. 영혼의 차원에서는 모두 하나다.

그런데 더 유명해져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삶이란 바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

제일 열정을 담을 수 있는 것,

제일 흥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따르는 것.


그러면 유명함은 조금씩 보너스처럼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소하고 작은 열정이 쌓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안다.

이건 그저 사랑을 선택했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요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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