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마지막 몇 달을 의미 있게 보내기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이 강렬했던 30대 초반의 여름이 또 한 번 지나가고 있다. 계절은 밤낮으로 조금은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 꿈쩍도 하지 않고 집에 붙어있던 나를 집 주변 공원으로 이끌었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기를 아주 여러 해, 이제는 밤에 터덜터덜 걸으면서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보내는데 무척이나 익숙해 오늘도 누구 하나 없는 공원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걷다가 이내 지쳐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불면증과 불안은 꽤나 오래전부터 나를 괴롭혔다.
지금보다 조금은 싱그러워야 했었던 20대 초입, 그때부터 무엇 때문인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을 때, 마치 절여놓은 배추처럼 힘도 없고 풀이 죽어 있는 게 일상이었다. 세상 누구나 가슴속이 아려오는 그런 기억 하나쯤은 없겠냐만은, 나의 20대는 그렇게 온통 멍 투성이었다.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서 이제는 웬만한 일쯤은, 별것 아닌 마냥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그렇게 나 자신의 힘을 믿어 나갈 무렵에는 어김없이 나를 또다시 겸손하게 만드는 큰 파도가 덮쳐 늪에 빠져버리곤 했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불면증과 불안, 초조, 그리고 답답함은 어떻게 보면 나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별것 아닌 것 하나에도 사흘 밤낮을 붙들고 생각하기도 하고, 별것 아닌 상대방의 말과 태도에 쉽게 상처가 나 아물지 않고 한두 달 보내기를 여러 해, 나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치닫아 가니, 약간의 굳은살이 배겨 무덤덤하게 조금은 나 자신을 무덤덤하게 돌아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몇 달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삶의 큰 변화를 앞에 두고 조금은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한번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반성이 필요한 부분은 반성도 해 보고 답을 찾지 못한 부분은 고민해 보려고 하는 마음이 생겼다. 외국에 가기까지 남은 몇 달간의 시간 동안 재주는 모자라지만 잠 못 이루는 밤에 주절주절 글을 풀어나가다 보면 조금은 의미 있는 한국에서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