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님의 남편 Aug 03. 2023

선생님은 나쁜 직업입니다.

선생님과 함께 사는 남편의 고충


저는 중학교 교사를 아내로 둔 남편입니다. 현재 아내와 유럽여행 중인데, 갑자기 한국에서  xx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저는 평소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 학교 소식 듣는 것은 일상입니다.


제가 여행 중에 갑자기 글을 쓴 것은  상기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성민원을 58,000%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도 악성민원... 이런 나쁜 경험에 대한 나쁜 추억이 아주 넉넉니다. 옆에서 보면 너무 안쓰러웠고 제가 대신 그들을 응징해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일부 나쁜 부모님이나 학생들의 문제가 주를 이룹니다. 좋은 학부모님,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그런분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겨우 버티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사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선생님의 악성 민원은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겪고 계신 일반적인 상황인 듯합니다. 그만큼 학교에서는 보편화된 일이지만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인데요, 그것은 선생님들의 성격이 대부분 비슷한 성향의 집단이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참고로 공무원들의 인성 검사를 해 보면 대부분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학생인권만 잘못 강조된 교육계의 현실이고, 의외로 많은 부모가 오직 자신의 자녀에만 집착하게 된 가정교육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인권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학생인권의 빙향성이 올바라야 합니다. 바르지 못한 학생의 모습에 교사가 제대로 지도할 수 없다면, 그런 권리를 주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게 될 것입니다.



"여보! 그냥 사표 던져!"


저는 평소 아내에게 교사를 관두라고 자주 종용합니다.  물론 이번 주에 '로또 1등' 되면

...이라는 농담을 섞어서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엔 제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가 직업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상각 했던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음으로는 학교에서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서 다시 밤 11시~12시 넘기며 일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집에서 일한다고 해도 야근비도 없지만, 학교에서 야근을 한다고 해서 야근비를 청구하는 것은 학교라는 조직 구조상 선생님들이 눈치 보면서 서로 안 청구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아마도 학교가 공무원 조직 중 제일 보수적 성향이어서 그런 듯합니다.


게다가 담임선생님은 수 십 명의 학생을 지도 및 관리해야 하지만, 그 학생들의 부모님까지 상대해야 합니다. 일을 직장에서 끝내지 못하고, 퇴근 후 집에서 계속 야근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근무시간 수업시간으로, 상담시간으로, 기타 회의로 가득 찼습니다.

애초에 학교에서는 수업준비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면 집에서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합니다. 혹여나 아파서 결근을 하면 그때 못한 수업을 매워야 하기에 몸더 고생이라고 합니다.

제가 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교사 근무인원 배치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라면 이런 문제 때문에 저희는 신혼여행도 날짜를 줄여서 갔습니다. 아내의 정당한 휴가를 줄인 거죠. 아내가 신혼여행으로 펑크 난 수업을 때우려면 힘들다고 해서요...ㅠㅠ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저는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많이 짜증 납니다. 퇴근 후 시간은 저희 부부의 시간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침해받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직장인은 퇴근하면 자신의 자유시간을 누리면 되지만, 공무원 중 교사들은 그렇지 못한 업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교사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겁니다. 대통령도, 교육청공무원들도, 일반인들도 아마 이 현실을 이해 못 할 겁니다.




혹자는 선생님들에게는 '꿀 같은 방학'이 있잖느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 방학을 이용해서 아내를 데리고 여행 왔습니다. 아내가 너무 힘든 학교생활, 선생님인 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쉬라고 여행을 떠난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에게 방학은 온전히 쉼을 위한, 충전을 위한 방학이 아닙니다. 방학기간에도 학생 및 부모의 카톡을 받고, 상담을 하고, 수업 준비를 합니다. 해외여행 중인 제 아내도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행여나 월급이라도 많이 준다면 그나마 이해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작은 대안이라도 될 테니까요.

선생님들 월급.. 장말로 박봉인데요. 그러니까 요즘 세대들이 교사나 공무원을 기피하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의 선생님은 학원선생님보다 못한 권위, 학생에 대한 가르침에 보람도 못 느끼는 선생님이라는 아내의 직업에 대해 그 직업을 존중하지만 진지하게 다시 말해 보렵니다.




"랑하는 여보...  여행 끝나면 그냥 사표 던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